R3 - 03.25

가정의학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주말 당직에서 해방된 날부터 호기롭게 여행계획들을 마구 세우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 동안 당직을 서 왔던 것이 어딘가 억울했었던 모양이다. 일본 온천 여행을 그려봤지만, 마음에 드는 호텔들은 전부 예약이 마감되어 있어서 제주도로 마음을 돌려보았다. 하지만 폭우가 예상되고 있어서 제주도에 살고 있는 친구가 오지 말라고 말을 전해주었다. 근교라도 가볼까 했지만, 계획들이 무산되는 것도 괜히 지쳐서 일단 그냥 잠을 청했다. 그렇게 주말이 시작되는 새벽에 눈이 갑자기 떠졌다. 아마 병동에서 주로 연락하던 시간인 3시라서 자연스레 눈이 떠졌던 것 같다.


그렇게 몇 분 간 어두운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있었는데, 괜한 마음이 밀려오기 시작하면서 어딘가라도 가야겠다는 생각에 냅다 을왕리로 운전을 해가기 시작했다.


한 시간 좀 넘는 시간 동안 운전을 해서 도착한 그 해변가는 내가 생각했던 모습이 전혀 아니었다. 조금은 쌀쌀맞은 날씨여서 그랬는지, 사람들이 거의 없다 싶은 정도였고, 심지어 바닷물조차 저 멀리 나아가 있었다. 썰물 시간 따위 확인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먼 길을 왔기에, 새벽 시간에도 열려있던 식당에 들어가서 비싼 조개라도 구워 먹었다. 식사를 마친 후 멍하니 바닷가를 보며 궁상을 떨고 싶었는데, 바깥이 너무나도 추워서 5분조차 서있지 못하고 차 안에서 몸을 녹이다가 결국 집으로 향해갔다.


병원 밖에서의 삶에 대한 재활 치료처럼, 주말이라는 그 시간을 어떻게 해서든 누려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바쁜 삶을 뒤로한 채 일상의 삶을 되찾는 것 같이. 그저 직업일 뿐인데, 인생을 너무나도 먹어버린 것은 아니었을지. 수련이 끝나면 이전과 같은 삶을 다시 살 수 있긴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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