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의학과 파견
민감한 내용이라 간단하게만 남길까 한다. 사실 아얘 언급을 안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지만, 마주해야 하는 현실이고, 이걸 기록함으로써 사람들이 경각심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적어본다.
오늘 응급실로 한 미성년자가 내원했다. 평소에 복용하던 신경정신약물들을 한꺼번에 복용하면서 자살을 시도하다 내원하게 된 것이었다. 약은 몇 년 전부터 복용하기 시작했는데, 하루동안 감금 당한채 강간당한 이후로 생긴 트라우마 때문에 처방받은 약들이라고 했다. 그 뒤로 꾸준히 진료를 봐왔던 것이었다.
참혹한 현실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데, 또 한편으로는 이러한 일들이 역사 가운데 얼마나 많이 일어났을지 가늠도 잘 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참혹한 일들이 허다했을 것도 그려진다. 매일 새롭게 누군가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타인으로부터 받고 있을 것이다.
과연 정의는 어디에 있는지. 선함과 아름다움이 이 세계에 남아 있긴 한 건지. 서로에 대한 존중과 사랑 따위는 없고, 그저 미움가 다툼, 폭력과 악행만 남아 있는 세상 가운데 살아가는 것만 같다.
내가 먼저 세상에 빛이 되길 바라고 있으면서, 그 어느 누구보다 어둠을 뒤집어쓰고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빛이 되어 어둠 가운데로 나아가 서로 도우며 살아가고 싶은 마음은 가득한데, 그런 영롱함은 없고, 깨어진 작은 불빛만 희미하게 내비치고 있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