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의학과 파견
걱정이 많이 앞선 것치고는 파견 업무가 힘들지 않았다. 정규 시간 외의 업무 역시도 혼자 공부하는 것 말고는 없어서 출퇴근을 할 수도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병원에 있으면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공부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퇴근하면 운동을 하고, 저녁을 먹고, 원내 의학도서관에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 생각보다 마음에 큰 평안으로 다가왔다. 3년 차가 아직까지도 병원에서 사는 것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잠자리가 조금 불편한 것 외에는 크게 힘든 것은 없었다. 코드 블루 소리에 화들짝 깨긴 해도 출근 전까지 조금 더 잘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게다가 기숙사에서는 혼자 있기 때문에 편히 누워서 핸드폰만 보다가 잠들기 일쑤였는데, 다른 사람들이 언제든 들어올 수 있는 공용 장소에 있다 보니 나름의 긴장을 하게 되어 집중도 잘 되는 편이다.
이렇게나 큰 병원에서 나 홀로 거대한 방을 쓰고 있다 보니, 내가 참으로 많은 것들을 누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도서관이라고 하기도 힘든 수준의 장소들에서 진행했던 교육 봉사의 시간들이 전부 떠오르면서, 함께 했던 많은 아이들 역시도 생각나기 시작했다.
금요일에는 영 공부 집중이 되지 않아서 봉사라도 하자는 마음에 시작한 원주에 있는 한 복지센터의 교육 봉사, 한동안 여름마다 방문했던 고창에 한 보육원,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겠다고 다녔던 춘천에 어느 시설, 시리아 난민 아이들을 위해 설립한 학교에서 진행한 여름 캠프, 그리고 병원 주변에 검색해서 찾은 작은 아동양육시설.
특별히 인생을 더 잘 살았다거나 못 산 게 아닐 텐데, 너무나도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는 각자의 삶이 의아하게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