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1 - 04.25

외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학생 때 들었던 소문이 너무나도 맛깔나게 전해져서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아있다. 여자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심장내과 교수님. 여자의 가슴에 바람을 넣는 호흡기내과 교수님. 여자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영상의학과 교수님. 그렇게 3명의 교수님이 각자의 아내를 두고 병원 누군가와 각기 불륜을 저질렀다는 소문이 돌아 3대 불륜남으로 유명했었다.


학생 때 학생들이 하는 그냥 그런 근거 없는 소문일 수도 있고, 정말로 원내에서 은근히 흔하게 발생하는 일이라 진짜일 수도 있겠지만, 그때 당시 확인할 방법도 없었고, 확인할 생각도 없었다. 졸업하기 위한 공부하기 바빴으니.


하지만 이번에 소문이란 것이, 사람들이 흘려하는 말들이, 오해와 무지, 무심함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새삼 다시 느끼게 된다. 특히 그게 나와 관련된 이야기라서 더 뼈저리게 느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당연히 못되게 대할 이유가 없고, 항상 모두에게 일관된 선함으로 맞이하려 한다. 그렇다고 내가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모두를 대하지 못하는 것도 알고 있다. 때로는 철없이 가벼운 말과 행동을 보일 때도 있는데, 그런 것들이 이렇게 부풀려 돌아오니 꽤나 충격이었다. 솔직히 나로서는 잘못한 것이 전혀 없는데 지금은 침묵을 지키는 것이 오히려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말을 아끼고 있다.


말의 무게. 겸손함. 불편한 이들과 억울한 일들. 그 모든 것들이 전공의로서 당연히 지나야 하는 관문들이라고 한다. 결국 낮은 곳에서 시작하면서 배우게 되는 것들이고. 또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려는 것이 결국은 지름길이자 정답이라고 한다. 억울한 마음이 여전히 제일 크지만, 그래도 이번 일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


전공의들끼리 행해진 소규모 재판은 결국 무사히 끝났지만, 내 마음속의 찝찝함은 여전히 가득하다. 하지만 예전부터 바랬던 나의 모습, 좀 더 큰 그릇이 되길 원했던 그 모습을 이번 기회에 현실로 만들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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