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1 - 04.29

외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가정의학과 수련 특성상 정작 가정의학과 파견을 가는 기간은 짧다고 한다. 각 연차마다 평균 두 달가량 파견을 가게 되는데, 타과 파견보다 몇 배는 많은 시간이지만, 그래도 전체 수련 중 반년뿐이라고 생각하면 부족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렇게 수련이 진행되는 이유는 두루 넓은 의학적 지식을 쌓아 오는 것에 있다고 한다. 여러 과에서 배운 것을 통합하여 가정의학과로 온 환자들에게 전체적인 진료와 치료를 전달하라는 취지.


두 달이지만 돌아보면 벌써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배우긴 했다. 산호 포화도가 떨어졌을 때의 대처. 중환자실과 중환자의학. 처방을 내는 것 자체도 여전히 배울 것이 너무 많긴 하지만, 하나둘씩 익숙해져 가는 중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수액 처방인 것 같다. 흔히 I/O를 신경 써야 된다고 하는데, 이는 Input-Output이라고 하여, 단순하게 말하면 환자에게 들어가는 것과 나오는 것을 정리하여 관리하는 개념이다. 상태가 많이 안 좋은 환자가 아니라면 하루에 3번씩, 각 간호선생님 근무 배정 시간에 맞춰 총 들어간 용량과 배출된 용량을 기록하여 준다.


식사를 자유로이 할 수 있다면 수액 이상으로도 경구로 들어가는 양을 추가 계산해야 하는데, 먹고 마시는 것을 정확한 수치로 기록하기 쉽지는 않다. 또 소변은 상대적으로 편하게 잴 수 있겠지만, 대변을 양으로 측정 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 정도 상태인 환자들은 굳이 I/O를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오히려 금식을 하여 수액을 그만큼 투약해줘야 하는 환자들과, 대소변을 기저귀로 하는 분들에 있어서 이런 측정이 편이하겠지만, 또 그만큼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뜻이기에 조금 더 집중하여 환자 관리를 하게 된다. 하지만 또 여기에 인간 오류가 포함되는 것을 넘어 하루 중에 자연히 소실되는 체액양도 고려할 수 있고, 과거력이나 해당 질병에 따라 수액을 적게 줘야 하거나 많이 줘야 하는 경우들도 많아서 영 처방이 쉽지 않은 일이다.


이전에도 언급했듯이, 처방의 기본 원칙을 “밥바물약”으로 배웠기 때문에 해당 환자에게 내야 하는 첫 처방은 결국 식사 처방이다. 밥을 줄 수 있는 환자인지, 어떤 밥을 줘야 하는지부터 정해야 하고, 후에 활력징후를 하루 중에 얼마나 자주 확인할 것인지, 모니터가 오히려 필요한 환자는 아닌지도 정해야 하고, 그 후에야 환자에게 물을 얼마나 줄지 정해야 하니 신환이 한 명 오면 머리가 그냥 막혀버리기 십상이다. 여기다 더해 이전에 배웠던 수액의 종류에 따른 효과까지 고려해서 처방을 내야 하니 당직이 영 괴로운 일이 아닌 게 된다.


의사가 되어서 왜 메뉴를 챙겨야 하는 것인지 깊은 고민을 해보기도 했지만, 메뉴를 정하는 것이 아니고 입원을 했다는 것은 사실 그만큼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이고, 그렇기에 먹고 마시는 것까지 관리가 필요한 상태라는 뜻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환자 상태를 파악하고 처방을 진행해야 한다는 교육을 수시로 받은 것 같다.

어렸을 때 누군가를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는데, 이렇게까지 전적인 관리를 해줘야 하는 직업을 갖게 될 줄은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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