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3 - 04.18

영상의학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의대 동기 중에 동갑인 친구가 하나 있다. 공중보건의사 복무를 마친 이후 그는 수련을 받지 않고 바로 개원가에 뛰어 들어서 돈을 벌기 시작했다. 내가 수련을 받던 그 몇 년 사이에 그는 개원가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고, 이후 본인 의원까지 차려서 돈을 잘 벌고 있었다.


종종 그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곤 했는데, 내가 수련을 마치고 무얼 할지 고민을 할 때마다 그는 돈의 중요성에 대해 거듭 강조해 주곤 했다.


호화로운 삶은 아니었어도, 부족함 없이 자라온 탓인지, 돈의 무서움을 크게 느끼면서 지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돈보다는 다른 무언가를 항상 추구해 왔던 것 같다. 마치 부유함보다 더 고귀한 무언가를 찾아 나서는 탐험가 마냥.


그럴 때마다 친구는 이 세상에 돈을 벌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다들 이미 돈이 많은 상태에서 놀고만 싶지 않겠냐고. 필요에 따라 힘들게 일하는 것이고, 많이 벌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너무나도 가치 있는 일이라고.


돌아보면 마치 나는 돈이 없어도 더 멋진 삶을 살겠다고 고래고래 소리만 지르며 살아온 것 같았다. 남들과는 다르게 살겠다는 발버둥. 사실 그게 그냥 관심받기 위한 절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나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발악일 수도 있겠다는 현실이 갑자기 와닿았다.


이러나저러나 그 어떤 모습이어도 괜찮은데, 왜 자꾸 나 스스로를 몰아붙이는지 모르겠다. 오만함은 잠시 내려놓고,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것도 참으로 귀하다는 것을 온전히 깨닫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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