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3 - 05.03

피부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초저녁즈음에 소화기내과 환자의 심정지 방송이 송출되었다. 비록 병원의 체제가 많이 개선되어 가정의학과 전공의가 더 이상 타과 심정지 환자를 도우러 가지 않아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지만, 바로 옆 병동이어서 일손이 부족할 것을 생각하여 환자를 보러 나섰다. 막상 도착해 보니 어딘가 어수선해서, 빠르게 인력 정리를 하고 담당 간호선생님께 당시 상황을 전달받았다.


환자 입원 사유와 전반적인 상태, 그리고 그에 따른 심정지 원인을 유추하기 위해 경청하고 있었는데, 확인해 보니 환자는 이미 연명 치료 계획을 전부 설립해 둔 상태였었다. 하지만 유산정리가 되지 않았다는 이름하에 보호자분들이 환자의 뜻과는 달리 수많은 치료들을 강행하는 수준으로 진행시키고 있던 것이었다. 그 연장선상으로 심정지 상태였음에도 결코 살려달라는 간청을 하여 간호 선생님께서 심정지 방송을 요청한 것이었다.


환자는 본인 의지로 연명 치료 계획을 수립해 두었기에, 보호자가 요청을 한다 해도 연명 치료를 진행하는 것은 명확하게 불법이다. 아마 담당 간호 선생님은 해당 환자의 연명 치료 계획 상태나, 해당 법률의 범위를 잘 알지 못했던 것이 아니었을지. 혹은 윤리적인 차원에서 보호자가 간청하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었을지.


무슨 이유에서든지 심폐소생술은 진행되기 시작했고 갑자기 멈출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30분 넘게 치료를 진행한 이후에도 환자의 심장 박동은 돌아오지 않아, 의료진 판단하에 그제야 연명 치료를 마치고 사망선언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당직 소화기내과 교수님은 이런 어이없는 실수가 나온 것에 대해 불만이었고, 담당 입원의학과 교수님이 환자 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생각하에 분을 품고 계신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상황이 마무리되어 가는 듯했으나, 곧바로 다른 병동에서 또 하나의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다는 방송이 송출되었다. 나름 접하기 어렵다는 "더블코블"을 경험하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평안했던 당직은 새벽까지 이어지는 혼돈의 시간들이 되어버렸다.


병원은 항상 잠을 잃은 곳이 아닐까. 그저 모든 의료계 종사자들이 건강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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