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1 - 05.06

소아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아이들이 귀여워 보이기 시작한다면 결혼을 하여 아이를 가질 때가 된 것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 시기가 이미 지난 것 같다. 오히려 소아과 근무를 하면서 아이들은 소악마들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어찌나 울고, 어찌나 짜증 내고, 어찌나 모두를 힘들게 하는지. 병동을 찾아가는 순간부터 귀마개를 하고 싶을 정도다. 거기에 더해 보호자들도 오만가지 불만을 끊임없이 쏟아낸다. 아이가 아프니 부모도 힘들겠지만, 가끔은 너무하다 싶은 분들이 있다. 그래도 아이가 너무나도 아파서 울음소리조차 내지 못할 때 보면 한시라도 빨리 좋아졌으면 한다.


다행인 것이 대부분의 소아 질병들은 경과가 좋다. 수액만 걸고 있어도 신기할 정도로 회복되는 것이 보인다. 반면에 금방 좋아지지 않는다면, 금방 죽을 가능성도 많은 것이 소아 환자들의 특성이라고 교수님들이 늘 강조한다. 문제가 생겼을 때, 몸이 그만큼 대처할 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편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너무나도 연약한 존재들이기에 한차례 더 섬세하게 대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이 된다. 특히 당직 시작 직전에 입원의학과 교수님, 당직 전공의와 당직 교수님 모두 모여서 환자 인계를 진행한다. 어떤 사유로 입원한 환자인지, 어떤 치료 중인지. 강조되는 부분이 있다면 정맥주사선이 빠지게 되는 경우 검사를 미리 나가달라는 인계들이다. 성인은 검사를 나갈 때 주사가 아프더라도 참으라 하고 진행하겠지만, 아이들은 피 한번 뽑는 것이 고된 일이라 주사선을 잡을 때 같이 피검사를 나가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도 짧은 요 며칠 사이에 대표적인 소아 질병들을 배우게 되었다. 지금까지 입원한 환자들을 보면 대부분 폐렴, 신우신염 또는 심한 장염 정도로 정리가 되었다. 결국 어딘가에서 생긴 감염으로 심한 염증반응이 오게 되고, 감염원의 과증식과 심한 수분 소실로 탈수가 되어 치료가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세균성이면 항생제를, 바이러스성이면 항바이러스제를, 그리고 그 모든 것에 가운데 수액치료를. 조금 단순화시킨 얘기겠지만, 아이가 잘 먹고 잘 싸면 섭취가 잘 유지된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굳이 입원까지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더 자세한 질병들은 기회가 될 때마다 배우게 되리라 생각하고 있다. 그나마 꼭 배우고 싶은 것은 아이들이 활짝 웃으면서 퇴원할 때 그렇게나 보람을 느끼게 된다고 하는데, 병동 모두의 원동력이 되는 그 기쁨을 조금이라도 만끽하고 떠났으면 한다.

작가의 이전글R1 -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