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파견
아무래도 입원환자만 보다 외래를 들어가면 신기한 환자들을 많이 보게 된다. 학생 때는 교수님 뒤에 앉아 있는 것이 그렇게 지겨웠는데, 이제는 내가 마주해야 하는 환자들에 대해 배우는 것이라 집중이 잘 되는 것을 느낀다.
오늘은 소아신경과 교수님의 외래를 참관할 기회가 있었다. 해당 교수님은 다른 병원에 계시지만, 현병원의 소아신경 환아 진료 도움을 위해 일주일에 한 번 와서 진료를 보고 있다. 특히 해당 교수님은 명의로 유명한 분이라 남다른 분위기를 느끼기도 했다. 여담이지만 소아과 전공의들도 들어오지 못하는 외래를 다른 병원의 다른 과 전공의인 내가 들어간다는 것부터 대단한 일인 모양이다.
외래 진료의 끝자락에 참관을 하게 되어 많은 환아를 보지는 못했지만, 유독 기억에 남는 아이가 있었다. 아이가 진료실로 들어온 순간부터 교수님은 유심히 관찰을 하며 질문을 이어갔고, 잠시 이야기를 듣더니 등을 보자고 하셨다. 내 눈에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피부에 반점이 있다고 하며 그것만으로도 아이가 신경 질환을 앓고 있으니 자세한 검사와 주기적인 관찰이 필요할 것 같으니, 본 병원이 멀지 않다면 진료를 이어가면 좋겠다고 했다.
또 한 아이는 교과서에서 기술한 모습을 그대로 나타내는 것을 보았다. 근력 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라서, 일어날 때부터 바닥과 무릎을 짚으면서 일어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질환을 가지고 신기하다는 표현을 쓰는 것이 영 찝찝하지만, 말로만 듣던 것들을 실제로 보니 꽤 놀라운 모습이긴 했다.
진료가 끝나고 질문을 할 때에 일차 의료인으로서 알아야 할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여쭤보니, 소아 진료를 문진을 하기 전부터 시작된다고 이야기해 주셨다. 아이와 부모의 관계에서부터, 낯선 이들에게 보이는 모습, 주변 환경을 살피는 행태와 교류의 모습들까지. 실제로 처음 보는 의사가 아이를 불렀을 때 경계하는 모습이 당연해야 하지만, 그런 사회적인 신호들을 보이지 않는다면, 인지의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단서가 된다는 것이었다.
아마 소아과 진료가 어려운 것은, 자연스러운 성장 징후와 비정상 증상들을 구분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인 것 같다. 소아과 수련을 받게 되면, 그런 것들을 계속 보게 되어 자연스레 알 수 있게 되겠지만, 아무래도 방대한 의학의 세부항목 들이기 때문에 쉽게 알 수는 없을 것 같다. 아무래도 소아과 대란이 일어날 만큼 한국의 소아 진료의 문제가 많이 있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인지, 하나라도 더 배워야 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