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1 - 05.15

소아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친한 전공의들이 좋았다고 한 수족관 카페를 찾아가보기로 했다. 30분 정도 운전을 해야 하는 곳에 있어서 퇴근이 빠른 날 다녀와야 했는데, 전날 당직인 사람이 나 밖에 없어서 혼자 털털하게 다녀왔다. 후에 알았지만, 친구들이 다녀왔던 카페는 쇼핑 상가에 있던 곳이었고, 내가 찾아간 곳은 가구단지 건물 안에 있던 다른 곳이었다. 그래도 덕분에 거대한 건물 층층이 가구들이 가득한 광경을 계속해서 보게 되었고, 그러다 결혼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외국에서 친해진 친구들은 동네 분위기인지 문화 차이인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이른 나이에 결혼을 했다. 그래서 나도 30살 전에 아이가 둘은 있을 거라고 생각해 왔는데, 결혼을 고려할 만큼 오래 사귄 여자친구조차 한번 없었다. 거기에 더해 공중보건의 시절에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져서 혼자인 게 더 편해지기 시작했다. 복무가 끝나 다시 사회로 나와 노력을 한다고 했지만, 소아과 파견 중 그렇게 고생하는 부모들을 보니 내가 과연 이 모든 것들을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들기 시작했다.


그런 생각에 잠겨 카페를 향해 걸아가고 있었는데, 눈앞에 웬 거대한 쇳덩어리가 놓여 있었다. 앞으로 돌아가서 보니 넓은 복도를 가득 채울 정도의 크기였던 것은 아폴로 13호 같은 거대한 우주선이었다. 계단을 타고 살짝 올라가 보니 아늑한 분위기 가운데 소파가 있었고, 달콤한 보금자리에서 꿈을 하염없이 상상해 나갈 수 있는 그런 장소가 마련되어 있었다. 순간 달에 착륙하여 처음으로 한걸음을 나아가듯, 누군가와 함께 가정을 꾸려 모든 것이 새롭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 나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에 도착해서도 수족관에 있는 물고기들보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여기저기 누비는 아이들에게 내 시선이 향해있었다. 자주 간과하는 것이, 병원은 아픈 아이들만 오는 곳이지, 실은 건강한 아이들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밝게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니, 결혼에 대한 소망이 다시금 피어오르는 것만 같았다.


비록 수많은 화려한 가구들을 모아 휘황찬란하게 살 순 없어도, 소소하게 서로를 즐거워하며 가정을 꾸려 행복으로 집안을 꾸며 나아가는 그런 삶을 살고 싶어졌다. 비록 전공의로서 여전히 바쁜 날들이 이어지겠지만, 조금은 더 열린 마음으로 살아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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