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파견
길을 걷고 있는데 웬 아이가 내가 달려오더니 발길질을 하고 도망을 갔다. 좀 더 어렸을 때에는 아이들이 나를 보면 죄다 울음을 터트렸는데, 그나마 발길질이 나은 것 같다는 씁쓸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아이를 쓰다듬고 간식이라도 쥐어주면 감사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그런 사회적 분위기였던 것 같은데, 이제는 부모가 무슨 말을 할지 몰라서 그냥 멀찍이 눈치를 보는 것이 습관이 된 것 같다. 아이에게서 괜히 찝찝한 증상이 보이는 것 같아도 오지랖인 것 같아서 말을 더 아끼게 되기도 한다.
사실 일종의 직업병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괜히 특징적인 증상들은 없는지, 발견하면 부모에게 알려야 할지 상상을 할 때가 있다. 특히 다운증후군이 있는 아이들은 굉장히 특징적인 모습을 보여 눈에 띄는 경우가 많다. 둥글고 납작한 얼굴 형태에, 종종 입을 벌려 혀도 내밀게 되고, 낮은 코와 불분명한 인중, 치켜 올라간 눈꼬리에, 눈은 하늘을 보듯 위를 향해 있고, 짧은 목을 가지고 있어 한번 보게 되면 쉽게 의심할 수 있다.
또 거인증이 의심되는 아이를 본 적도 있었는데, 보육원 출신의 대학생으로 모델이 되어 활동할 가능성도 있다는 아이였다. 당연 키가 큰 친구였는데, 특징적으로 턱이 돌출된 모습을 보니, 거인증일 수도 있겠다는 의심이 들었다. 먼저는 뇌에 종양은 없는지, 또 당장 위험한 일이 없을지라도 추후에 고혈압이나 당뇨의 위험 부담이 더 많기 때문에 지속적인 진료가 필요한 사항이지만, 차마 아이에게 그 말을 하지는 못했었다. 검사를 당장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괜한 의심으로 걱정을 끼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았다.
갑자기 알 권리와 모를 권리를 고민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질병에 대해 환자에게 전하는 것이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점점 깨닫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