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파견
함께 기숙사 방을 쓰기로 배정받은 동기가 이번 달부터 다른 병원으로 파견을 가게 되었다. 이제야 방을 혼자 쓸 수 있게 되어 처음으로 병원에서 제공해 주는 기숙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병원이 이전하기 전에는 대학가 근처에 있어서 큰 기숙사 건물에 방을 빌려 쓰게 해 주었는데, 아직 계약이 남았는지 병원만 옮겨가고 기숙사만 그대로 사용되었다. 다행히 차가 있어서 기숙사까지 차로 약 10분 정도 되는 거리를 오가는데 어려움은 없었지만, 방 자체가 꽤나 좁게 느껴지긴 했다. 들리는 이야기에 의하면 원래는 호텔 건물이었던 곳을 기숙사로 사용하기 시작하여 답답한 느낌이 들 수 있을 거라 했는데, 정말 닭장 속에서 사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좋은 날에는 아늑함이 느껴지기도 했고, 사실 평소에는 그냥 피곤해서 아무 생각 없이 잠들기 바빴다.
좋은 집, 좋은 방, 거취에 대한 큰 욕심이나 바람은 없었지만, 작은 방에 다 큰 남자 둘이 사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아서 자진해서 병원에서 지내기로 했던 것이었다. 원래는 원룸을 구하려 했던 건데, 월세만큼의 값을 할 만한 장소를 찾지 못해서 깔끔한 신축 건물인 병원에서 지낸 것이었다. 솔직히 의국에서 먹고 자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짐이 많은 것도 아니었고, 시끄럽거나 밝아도 잠을 워낙 잘 자는 편이라서 신체적으로는 큰 불편함은 없었다. 뭔가를 고르자면 씻는 것이 동선상 조금 불편했다는 것 정도, 하지만 심적으로는 피로가 잘 풀리지 않고 있다는 것을 느꼈는데, 먼저는 개인 공간이 없어서 온전히 마음을 내려놓기 쉽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1년 차라서 아무리 선배들이 편하게 대해주어도 눈치라는 것을 보기 마련이었고, 그래서인지 온전히 병원 관계자들로부터 떨어져 있는 시간의 결여로 마음이 지쳐가는 것을 느꼈다. 게다가 눈을 뜨면 바로 병원이기 때문에 어딘가 계속해서 일을 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어서 항시 당직인 마냥 며칠씩 지내기도 했던 것 같다. 그나마 당직 부담이 덜한 주말에는 본가에 가서 푹 쉬고 올 수 있어서 한주 단위로 버티면서 지내온 것이었다.
어차피 벌써 3개월이 지났고, 동기가 다른 병원에 가 있을 날들도 몇 달 남아서 당분간은 혼자서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추가로 파견을 가게 될 다른 병원은 본가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을 하고 있지는 않다. 그저 나만의 장소, 집, 안식처, 그런 공간이 주는 안정감이라는 것의 필요성을 이제야 느끼게 된 것 같아서 신기했다. 이전 같았으면 그저 스스로의 나약함으로 치부했을 것들인데, 이제는 조금 더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한 한 두 가지의 요소정도라고 생각이 든다. 아마 이런 것들이 쌓이면서 어른으로서의 유함이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