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1 - 06.13

소아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이 떠난다는 소식을 들었다. 특별히 많이 친한 것은 아니었지만, 늘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이라 마음의 쓸쓸함이 남았다. 항상 내가 떠나는 입장이었는데.


초중고 시절은 워낙 인생이라는 우물이 작다 보니 만나는 친구들이 다 거기서 거기였고, 결국은 그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했다. 하지만 대학 시절부터 활동 반경이 넓어지고, 더 많은 사람 가운데로 들어가게 되어 마음이 잘 맞는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물에서 강물, 바다로까지 이어지게 되니 관계라는 것이 애쓰지 않으면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내가 특별히 이사를 많이 다닌 것도 아니었지만,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사람들이 점차 줄어갔다.


그러다 보니 인턴 수련을 시작할 때에는 동갑내기 친구가 한 명 정도는 꼭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나이가 많게 수련을 시작하는 것이다 보니, 동갑에다 동성이기까지 한다면 내적 친밀감이 더하여 수련 기간 내내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인턴 시작 전부터 코로나로 사회 활동이 불가능해지는 수준이 되었고, 병원 내에서는 주 80시간 근무가 생각보다 잘 지켜지게 되어 우르르 병원에서 먹고 자며 친해지는 기회조차 없어졌다. 새로운 인턴을 만나게 되면 애써 인사를 먼저 건네고 친해지려 했지만, 일할 때에는 다들 너무 바빴고, 퇴근하면 모두 어딘가로 사라지기 일쑤였다.


전공의가 된 지금, 함께하는 동기들 절반이 남자이긴 하지만, 아쉽게도 동갑인 친구는 없었다. 나이를 왜 그렇게 의식하는지 물어볼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나이가 다르면 어딘가 벽이라는 게 느껴져 왔다. 살아오면서 경험했던 일들의 결과일 수도 있고, 정말 느껴지는 미묘한 다름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내가 터울 없이 편하게 대한다면 더 친해질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걸 잘하는 편은 아니다.


어릴 적 놀이터에서 한 번만이라도 같이 놀았다면 친구가 되었던 그 시절이 생각나기도 한다. 모든 것이 단순했던 그 시절. 지금이라고 다를 이유는 하나도 없는 것 같은데. 뭐가 달라진 것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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