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1 - 06.14

소아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다른 모든 내과 의사들에게는 사소하겠지만, 나에게는 꽤나 특별한 날이었다. 당직 중에 3년 차 선생님이 연락을 주었는데, 바쁘지 않은지 슬쩍 물어보시더니 중심정맥관을 잡을 일이 생겼다고 알려주셨다.


현존하는 술기들은 책이 있을 정도로 많아졌고, 그보다 몇 배는 더 많은 수술 요법들이 존재한다. 가정의학과는 손으로 무언가를 직접 해야 할 일이 많지 않은 과이지만, 중심정맥관 삽입은 응급 상황에 꼭 필요한 술기 중에 하나라서 배워 놓는 게 좋다고 들었다.


중심정맥관 삽입이란 신체 중심에 있는 큰 정맥에 수액이나 약물을 투약하기 위한 관을 삽입하는 것을 말한다. 간호선생님들이 팔 주변에 주삿바늘을 꼽는 것은 말초정맥관 삽입이 대부분이고, 몸속 깊이 있는 크고 튼튼한 정맥에 관을 넣는 것이 중심정맥관 삽입이다. 말초혈관은 상대적으로 약해서 파열될 가능성이 더 높다. 대량의 수액이나 혈관 수축제 같은 약물들을 투약할 때에는 혈관 외 유출이 될 경우 문제가 커질 수 있어서 중심정맥에만 투약하게 되어있다. 그리고 이러한 투약은 환자의 혈압이 낮아질 때 꼭 필요한 처방들이라 응급 상황에 필수로 진행하게 되는 일들이 많다.


그래서 3년 차 선생님이 연락을 주셨을 때 반은 두려운 마음, 반은 설레는 마음으로 환자를 보러 갔다. 중심정맥관을 넣어야 한다는 것은 결국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무언가 잘못된다면 수습을 하기 쉽지 않다는 것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렇게 경험이 없는 사람이 본인의 가족인 사람에게 술기를 진행하는 것에 굉장한 불편함을 표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추가 설명을 하자면 말기암 상태였던 환자로, 연명 치료 계획을 모두 수립한 상태였지만, 혈압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상태로 가족들이 마지막 면회를 오는 시간을 조금 더 유지하고 싶다는 요청 하에 중심정맥관을 사용하여 혈압상승제를 투약할 계획에 있던 환자였다. 혈관 접근성도 좋았고, 의식도 많이 쳐져있는 상태에 의사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요청한 바라 부작용 및 생길 수 있는 합병증에 대해 모두 자세히 설명을 한 이후에 3년 차 선생님이 함께 진행하는 것으로 언제든지 본인이 직접 할 수 있는 그런 상황임을 설명하고 싶다.


환자 분을 평소라면 처치실로 옮기겠지만, 1인실에 배정되어 있던 상태로, 필요한 모든 물품을 방으로 가지고 갔다. 평소라면 술기를 진행할 때 보호자분들에게 모두 자리를 비켜달라고 하는데, 이는 실제로 술기를 진행하는 것을 보는 것이 쉽지 않고, 이에 따라 방해가 될 수 있어서 정중히 요청하는 바다. 물론 꼭 있겠다고 하면 거절할 정도의 일은 아니긴 하다. 여담으로 소아과 환아 술기 때에는 오히려 보호자를 꼭 대동하는 것이 추천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느 누구도 보호자에게 자리를 비켜달라고 하지 않았다. 배우는 입장이었는데, 솔직히 어느 보호자가 미숙한 의사가 진행하는 것을 즐거워하리. 그래서 최대한 나의 미숙함을 숨기기 위해 3년 차 선생님께 최대한 질문을 하지 않고 진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의 마음을 읽었는지, 묵묵히 내가 잘못하고 있는 점들을 즉시 바로잡아주었고, 허둥지둥하는 중에도 중심정맥관을 잘 삽입하게 되었다.


솔직히 그 모든 과정을 3년 차 선생님이 잡아주어 주삿바늘을 찌른 것 말고는 내가 무언가를 했다고 하기도 어렵지만 그래도 처음으로 성공을 했다는 것이 나름 뿌듯하기는 했다. 혼자서 해야 할 때까지 이 모든 것들을 할 수 있겠는지 의심이 가득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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