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파견
어느 순간부터 느낀 것이 있었다. 내가 환자를 보는 걸 싫어한다는 것이었다. 병원에서 하는 그 모든 일이 기쁘거나 즐겁지 않았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생각보다 그저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짜증 났다. 친한 전공의들은 그런 마음은 수련 중에는 당연한 것이라고 말해주었지만, 한편으로는 깊은 쓴맛이 되어 남았다. 누군가의 아픔과 괴로움을 품고, 따스함으로 육신의 치유를 돕는 것을 넘어, 순간의 찰나 가운데에서도 마음까지 만져주는 그런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막상 그런 기회가 눈앞에 펼쳐지니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운동을 그렇게 꾸준히 했어도 어딘가 좋지 않은 체력, 아직 모든 것이 낯설어 느껴지는 버거움, 혹은 그저 머리가 좋지 않아 환자에게 제대로 된 치료를 제공해 주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 혼자서 괜히 느끼는 이런 부담감 때문에 일하는 것 자체가 더 괴로운 것일 수도 있겠다고 느낀다. 혹 시간이 지나 환자를 대하는 능숙함과 쌓여갈 의학적인 지식을 통해 여유가 생긴다면 조금 더 나은 의사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수련이 끝날 때에 부끄럽지 않은 전공의 시간을 보냈다고 말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스스로 하는 이야기를 넘어, 누군가 물어본다면 기억은 잘 나지 않아도 좋은 전공의였던 것 같다고 말해줄 수 있는 정도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