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1 - 07.13

신경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근황을 나누는 것이 조금 늦은 것 같다. 신경과라는 새로운 분야에 적응하는 것에 꽤나 시달렸던 것 같다. 특히 뇌졸중을 담당하는 교수님께서 친절하시지만 꼼꼼하시기도 해서, 모든 것이 너무 생소하면서 어려웠다.


이제야 신경과 파견이 2주 지났는데, 가장 뼈저리게 느낀 것이 있다면 바로 인간의 연약함이었다. 수많은 이류들로 몸이 너무나도 쉽게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몸 안에서 응고와 용해를 반복하여 크고 작은 혈관들의 손상에 몸이 자연스럽게 대처를 하기 마련인데, 이때 생기는 혈전이 혹시라도 뇌혈관 어딘가에 박힐 수 있다고 한다. 해당 혈관을 통해 피를 공급받던 뇌세포들은 죽게 되고, 이에 따라 해당 뇌세포들이 담당하던 인체의 기능은 상실된다는 것이 뇌졸중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정말 한순간에 멀쩡히 걷던 사람이, 순식간에 눈만 깜빡이는 식물인간 같아질 수 있다는 것이 소름 끼칠 정도로 무서울 때도 있다.


물론 연구를 통해 미리 예방할 방법들이 발견되고 있고, 몸이 경고 신호를 생각보다 많이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질환들이 노화 때문인 경우도 많고, 노화를 막는 방법은 현재까지 없긴 하다. 게다가 그 모든 것은 확률이라는 이름하에, 언제,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서 몸이 망가질지 모른다.


그렇게 응급실을 통해 입원한 뇌졸중 환자들에게 혈전이 덜 생기게 하는 약을 투약하며, 질병이 더 진행되지 않는지, 상태가 악화되지 않는지 지켜보다 재활의학과나 재활이 가능한 타병원으로 환자 의뢰를 하는 것까지 신경과가 하게 되는 일인 것 같았다. 혹 혈전이 제거 가능한 범위에 있다면 신경과에 더 할 일이 있겠지만, 그 이후로는 잃어버린 기능들에 대한 재활치료를 위해 재활의학과에 의뢰하여 보내지는 경우가 많았다. 병원이라 아픈 사람들만 보는 것도 맛지만, 생각보다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한순간에 팔의 기능을 잃거나, 걷지 못한다거나, 말도 못 할 뿐더러, 간단한 계산도 못하는 상태가 되는 것을 보니 더 높은 어떤 존재의 기적을 절실히 기대게 되는 것도 이해가 될 정도였다.


그렇게 순식간에 망가져가는 인생이라 생각하니, 지금 이 순간, 하루하루를 더 의미 있고 즐겁게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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