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1 - 03.05

외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처음 병원을 방문했던 것은 가정의학과 과장님의 면담 요청 때문이었다. 급하게 가정의학과 전공의로 지원을 했었기에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셨던 것인지, 모의 면접을 진행하려던 것인지, 어떤 이유로든 점심을 같이하자고 하신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예정된 식사 당일 날 눈을 떠보니 약속된 시간까지 절대 도착하지 못할 시간까지 자 버린 것이었다. 일단은 늦을 것 같다고 의국장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고, 부랴부랴 씻고 출발하여 그나마 30분 정도 늦게 병원에 도착했다. 정문에서 의국장 선생님께서 기다려주고 계셨고, 지하에 내려가 교수님을 찾아뵈었는데, 교수님께서는 나와의 약속을 잊어버리셨는지 이미 다른 교수님과 식사를 하고 계셨었다. 병원식당에서 같이 밥을 먹긴 했으나, 늘 윗사람에 대한 불편함이 있기에, 밥을 입으로 먹은 것인지 코로 먹은 것인지 모를 정도로 식사 자리는 불편했었다. 물론 별 이야기를 나누진 않았다.


의국에 의대 다닐 적 친했던 후배가 2년 차로 일하고 있어서, 의국을 방문하여 간단한 인사와 이야기를 나눈 채 곧장 집으로 돌아와 쉬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가정의학과를 추천했던 사람 역시 의대 동기로 이제 막 졸국을 하고 군의관으로 복무하기 시작했던 친구였다.


두 번째 방문하였을 때는 면접 날이었다. 당시에 마취과 인턴이었고, 전날 당직이어서 꽤 피곤한 상태였던 것을 기억한다, 면접 사유로 근무를 몇 시간 일찍 뺄 수 있어서 집에서 양복을 차려입고 출발했던 것이 기억난다. 차가 꽤 막힐 것으로 생각하여 길고 긴 지하철 여행을 떠났는데, 생각보다 불편한 거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면접 때 들었던 말들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병원장 교수님께서 면접에 같이 들어오셨는데, 면접 진행 중인 다른 두 사람 포함하여 지원 동기에 대한 대답을 모두 듣고 나서는 가정의학과를 돈 벌려고 온 것이 아니냐며 굉장히 하대하는 말들을 쏟아 냈었다. 당시에는 정신이 없었지만, 집으로 돌아와서 생각해 보니 굉장히 무례한 말들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빙글빙글 돌게 하는 도로들을 건너 졸국하여 떠나는 친구에게 맛있는 등갈비도 얻어먹으면서 가정의학과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 더 들을 수 있었다. 사실 이때부터 정형외과를 떠난 것에 대한 후회의 씨앗이 심기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 싶다. 영 복잡한 심경에 집에 가서 쉬었던 것이 기억난다.


세 번째로 병원을 찾아왔던 것은 합격한 이후에 교수님들께 인사를 드릴 겸 방문했던 것인데, 그때 인사드린 교수님들이 막상 입국하여 보니 떠나셨다. 아마 교직원 정치판에서 밀렸다고 들었는데, 어딜 가나 사람 스트레스는 많다는 것에 시작하기도 전에 빨리 떠나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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