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1 - 03.06

외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선생님, 환자 ‘디세츄’ 왔어요.”


첫 주말 당직, 첫 연락이 환자의 산소 포화도가 떨어졌다는 전화였다.


외과 당직은 정형외과 환자도 같이 보는 통합 당직이지만, 그래도 정형외과 환자에게서 오는 부담은 없을 거라는 인계를 받았었다. 하지만 당직의 시작을 이렇게 바이탈(활력징후)이 흔들리는 환자에 대한 연락을 받으니 머리가 새하얗게 변하였다. 인턴 때도 몇 번 ‘세츄’ 콜을 받아본 적이 있지만, 해당 사항은 인턴이 받을 연락이 아니었기에 태연하게 전공의 선생님께 연락해 달라고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젠 그런 보호막이 사라지고 직접 그 연락을 받아야 하는 전공의가 되었던 것이었다.


마침 2년 차, 3년 차 선생님들 모두 바로 옆에 계셨고, 둘 다 내 직속 사수는 아니었지만 콜에 대해 문의를 드리니 흔쾌히 도와주시기 시작했다. 일단은 ‘HiFlo’ 고유량 산소요법으로 높은 용량의 산소를 투입하기 시작했고, 다행히도 환자의 산소포화도는 증가했다. 기관삽관을 하게 되면 중환자실로 환자를 내려야 했기에 먼저 담당 정형외과 교수님께 연락을 드리니 그저 환자를 잘 부탁한다며 전화를 끊으셨다.


3년 차 선생님의 도움아래 환자와 보호자가 원하는 치료 범위를 선정하였고, 고용량 산소로 일단 상태 호전을 보였으니, 일반 병실에서 경과를 보고 싶어 했다. 후에 산소 포화도가 떨어진 원인을 같이 복기하여, 수술을 받은 환자였으므로 무기폐나 흡인성 폐렴으로부터 기인한 급성호흡부전의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예상한 요인들이 맞다면 사실상 치료는 그저 지켜보는 일 밖에 없는 것들이었다.


그렇게 해당 환자에 대한 일들을 정리하고 나니 몇 시간이 사라져 있었다. 사실 무얼 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만큼 당황했던 것만 생각이 난다. 그래서 같은 상황이 와도 제대로 대처할 수 없을 거라는 것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지만, 윗년차 선생님들은 그런 것이 당연하니 그저 마음 편하게 천천히 배워가라고 격려도 해주셨다.


떨리는 마음이 사실 지금도 잘 가시지 않는다. 새벽에는 이런 연락 없이 편하게 잠을 잘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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