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1 - 07.17

신경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대학생 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형님 한분이 한국에 들어왔다. 벌써 10년도 넘게 알고 지낸 사이라 바빠도 꼭 시간을 내어 만나곤 했는데, 병원에서 형님의 본가가 가까워 당직을 선 다음 날임에도 만나러 다녀왔다. 아무래도 당직 다음 날은 꽤나 초췌한 모습을 하게 되기 마련인데, 오늘은 수염도 자르지 못해서 더욱 초라해 보였던 것 같다. 못 본 사이에 얼굴이 엉망이 되었다고. 솔직히 시간을 내어 수염을 자르고 나갈 수 있었지만, 괜히 더 고생하고 있는 티를 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도 재밌는 소식이 있다면, 외국에서 지내고 있음에도 한국에 있는 사람과 소개팅을 하게 되었다고 전해주었다. 평소에는 절대 이런 이야기들을 해주지 않는 편인데, 심심한 병원 인생 가운데 괜히 내가 더 기대되고 재밌을 것 같은 기분이 많이 들었다.


기억해 주고, 이야기 나눠주고, 삶의 작은 것들이라도 공유할 수 있는 인연이 있다는 것이 꽤나 감사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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