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 파견
친형과는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같은 학교를 다녔다. 형이 미국에서 치과전문대학원을 다니시 시작하면서 그제서야 처음으로 다른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그래도 한국에 1년에 한번씩은 들어오려 하고, 나름 재밌게 같이 시간을 보내곤 한다. 신기하게 한국에 올 때마다 연례행사처럼 같이하게 된 것이 있는데, 바로 공포 테마 방탈출이다. 대학생 시절 기숙사 생활을 같이한 친구들까지 총 4명이 모이는데, 할 때마다 괴로움에 몸부림치지만 그래도 꼭 공포 테마를 찾아서 매년 사서 고생을 하러 간다.
올해 다녀온 곳의 마지막 방은 병원 컨셉이었다. 죄다 겁쟁이라 누구 하나 곧잘 나서지 못하는데, 오늘은 친형이 모두에게 등 떠밀려서 단독 미션을 행하러 혼자 미션 수행을 하러 갔다가 상황상 "납치"가 되었다. 그래서 나머지 멤버들이 형을 찾아야 하는게 목표였는데, 온갖 물건들은 다 떨어져서 우릴 놀래켰고, 마지막에는 모든 불빛이 암전되면서 저 멀리서 귀신이 달려오는 것을 희미하게나마 보게 되었다.
대부분 공포 놀이동산을 가면 누군가 달려와도 결국 코 앞에서 멈추곤 하는데, 웬걸 끝까지 뛰어오는 것이 아닌가. 맨 앞에 있던 나는 계속 오는 것에 놀라 발을 헛디뎌 넘어졌고, 혼비백산하던 때에 그 귀신은 갑자기 웃더니 덮어쓴 귀신 복장을 벗고 조롱을 이어갔다.
컨셉은 납치가 된 것으로 했지만, 사실 조정실로 형은 넘어갔던 것이고, 온갖 물건들을 떨어뜰고, 마지막에 직접 귀신이 되어 우릴 놀래키려 달려온 것이었다.
억울하지만 넘어진 것은 나였으니 수많은 조롱은 나의 몫. 또 며칠 잠을 제대로 못 잘 정도로 무서웠던 기억이 잔존하겠지만, 그래도 매번 좋은 추억들을 남기는 것 같아서 훈훈한 마음이 가득하다.
여담이지만 당직 시간 때 어두운 병원을 혼자 걷다보면 조금 무서울 것 같긴해서 걱정이 앞서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