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1 - 08.03

감염내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중환자실에서 아침 회진을 마쳤다. 환자 상태가 점차 안 좋아져서 교수님께서 연명의료중단 서류를 받으라고 하시고 떠나셨다. DNR 서류를 작성하는 것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매번 당직 때 환자분이 돌아가시기 직전일 때 심폐소생술을 중단하는 목적으로 받은 것이 전부였다. 환자의 상태와 연명 치료를 전부 설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보호자 분들을 불러서 면담실에서 검사 결과 기록들을 하나하나 짚어주면서 현 환자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차근차근 알려주었다. 지금 당장 돌아가실 것은 아니지만, 언제든 돌아가셔도 놀랍지 않은 상태라고. 이미 중환자실에 계시지만, 추가적인 연명치료, 심폐소생술, 투석이나 채외막산소요법은 진행한다 해도 환자 상태가 온전히 돌아오지 않을 거라 추천하지 않는다고. 이미 기관삽관을 하고 계신 터라 해당 치료는 유지해야 하는 것이, 기관삽관을 제거하면 숨 쉬는 기능을 멈춰버리는 일이 될 수도 있는지라 도덕적인 문제로 번질 수 있어서 유지해야 한다는 것도 설명하였다. 추가로 수혈이나 승압제 사용은 약을 투여하는 정도이기에 매번 진행할 것을 권유하지만, 어떤 보호자 분들은 그조차도 괴롭게 살아계신 것을 연장시킨다고 생각하여 원하지 않을 때도 있다.


연명치료 관련해서 3년 차 선생님이랑 추가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나는 원래 고통받고 있는 이 삶의 시간들을 연장하는 것을 좋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라 적극적으로 연명의료중단을 권유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3년 차 선생님은 의사로서는 치료를 할 수 있는 데까지 하고, 보호자들에게 최대한 환자와의 시간을 마련해 준 후에 연명치료 계획을 설립해도 늦지 않다고 말해주었다. 생명을 그만큼 귀하게 보는 것이 좋다고.


아무래도 내과 파견이라 생명과 직결되는 결정들을 더 많이 내리게 되는 것 같다. 전공의 날수가 이어질수록 이런 어려운 결정들을 더 많이 하게 될 것이고, 이런 결정들이 쌓이는 게 결국 더 나은 의사가 되어가는 과정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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