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1 - 08.07

감염내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역시나 내과 당직은 무서웠다. 윗년차 선생님들께 전적으로 의지를 할 수밖에 없던 것이, 온갖 병동에서 연락이 끊임없이 쏟아졌고, 대부분 활력징후의 이상 소견에 따른 연락이라 빠른 대처가 필요한 것들이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 맥박이 100대를 훌쩍 넘었다는 연락이었다. 심방세동 과거력이 있는 환자였고, 평소에는 맥박이 100 이하로 잘 유지되고 있던 분이었으나, 갑자기 130대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연락을 받았다. 일단 해당 소견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해서 심전도 검사를 진행하였고, 급속 심실 반응을 보이는 심방세동이 관찰되었다. 해당 질환에 대한 지식이 너무나도 부족해서 바로 3년 차 선생님께 연락을 드리니 천천히 보자고 하시고는 전화를 끊으셨다.


하지만 몇 시간 뒤에 해당 환자의 혈압이 저혈압 기준까지 떨어졌고, 다시 3년 차 선생님께 연락드리니 놀라서 바로 환자를 보러 나오셨고, 디곡신 투약 이후 혈압이 어느 정도 호전되어 다음날 아침까지 큰 문제없이 경과관찰 할 수 있었다. 별생각 없었는데, 당시에 선생님께서는 내게 미안하다고도 해주셨다. 본인이 더 적극적으로 봤어야 하는데 안일했다고.


그 외에도 당직 시간에 내과임에도 턱이 빠진 환자가 있으니 넣어달라는 연락도 받았는데, 아무리 배운 데로 넣으려 해도 잘 들어가지도 않았다. 몇 분 간 사투를 벌인 끝에 겨우 턱관절이 맞춰졌고, 붕대로 칭칭 감아드렸지만, 몇 시간 후에 환자가 지시를 어긴 채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먹다가 또 빠졌다고 연락이 왔다.


하루가 멀다 하고 끝없이 이어지는 병동 연락들. 이렇게나 많은 환자를 혼자서 보는 게 맞는지 매 순간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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