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1 - 08.09

감염내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휴가 기간을 맞아 양양으로 가족 나드리를 떠나게 되었다. 마침 형도 한국에 있던지라 가족이 다 같이 떠났지만, 형이랑 나는 1박도 하지 않고 일찍 집에 돌아왔다. 그래도 다녀오는 길에 한 가지 생각이 깊이 빠지게 되었다.


숙소에서 마주치는 젊은 부부들과 그들의 자녀들을 보면 왠지 모를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루빨리 부모님께 손주를 보여드리지 못한 것에 대한 죄송함, 젊을 때 자녀들과 즐겁게 놀아주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인 것 같다. 결혼을 일찍부터 하고 싶었지만, 무엇 때문인지 여전히 혼자인 것이 너무나도 답답하기도 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매번 그렇지만 휴가를 시작하기 직전에, 이번 휴가는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꼭 깊이 생각을 해보는 편이다. 쉴 수 있는 날들을 얼마나 잘 보낼 수 있을지, 돌아갔을 때에는 어떤 마음으로 다시금 일에 임해야 하는지. 혹은 조금 더 넓은 시야로, 앞으로의 삶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지금의 나의 모습은 무엇 때문인지.


나의 삶의 수많은 것들은 당연 나의 행동들에 따른 결과들이라고 많이들 말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저 세상의 큰 흐름 가운데 떠내려가는 피해자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흘러가는 중에 내가 세운 목적지를 잘 가고 있는지, 그만큼 노를 젓고 있는 건지, 그 방향이 맞는지, 정말 그곳에 가고 싶긴 한지.


전공의 과정이 끝나면 이런 고민도 끝날지 궁금하다. 아직은 너무 햇병아리 의사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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