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 파견
새로운 병원에서 생활을 시작한 지 벌써 일주일도 더 지났다. 전공의 수련을 바로 시작한 인턴 동기들은 상당수가 잠도 제대로 못 자며 일에 시달려 지낸다는 소식만 들려온다. 반면에 나는 업무 강도도 현저히 적고, 퇴근 시간과 여가 활동을 즐길 여유까지 가득하다. 감사하게 여겨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많이 배워야 할 시기에 게을러지는 것이 아닌지. 이렇게 말해도 물론 너무 바빠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았다. 당직을 설 때.
과 특성상 무언가 특별히 배우는 것보다 여러 질환을 두루 알아야 해서 스스로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도태되어 버릴 것만 같기도 하다. 하지만 혼자 공부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너무나도 방대한 양의 지식을 알아야 할 것만 같아서 이 또한 부담이 되어 이도 저도 못하는 꼴도 종종 보이는 것 같다.
여전히 이 길이 맞는지, 이 선택이 괜찮은 것이었는지, 마음속에 있는 미련들과 아쉬움은 전혀 해결이 되지 않고, 미련한 선택을 한 나 자신만 탓하게 되는 요즘이라 마음은 붕 떠있기만 하다. 급하게 다른 길을 찾는 것도, 수련을 끝마치는 것도, 당당하게 나아가고 싶은 방향이 없어 주저앉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계속 앞으로 걸어 나아가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배우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 병원의 가정의학과 교육 수료 과정을 믿어 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많이 배워 나가게 될 거라는 선배들의 말을 일단은 좀 믿어볼까 한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가는 것을 쳐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