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다
편의점에서는 즉석 복권도 판매를 한다. 천 원 복권 1등 당첨금은 5억이다. 일을 할 때마다 한 번 사볼까, 인생 한 번 편하게 살아봐, 이런 생각을 한다.
근무 한 지 일주일쯤 되는 날, 늦은 오후에 손님 한 분이 복권을 교환하러 왔다. 당첨금 5천 원을 복권 다섯 장으로 교환하겠다고 한다. 분명히 동생한테 당첨 복권 교환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런데 막상 손님이 앞에 있으니까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다. 포스기에 ‘복권교환’이라는 네 글자가 있었던 것 같은데 안보였다. 어떻게 하는 것 이었더라? 얼굴이 화끈거리고 손끝이 떨렸다. 손님 얼굴에는 짜증과 한심함이 번져갔다. 기다리다 못해 내일 사장님 있을 때 오겠다고 하고 손님은 나갔다.
“죄송합니다.”
손님의 뒷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단순한 일도 못하는 바보였나 싶어 부끄럽고 화가 났다. 다른 사람들이 별일 없이 해낸다고 만만하게 본 탓이다. 이 정도쯤은 내가 할 수 있지라고 생각한 오만함이 결국 일 못하는 알바로 만들었다.
다른 복권교환 손님이 오기 전에 해결해야만 했다. 창피함을 극복하는 데는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 오늘의 대가는 돈이다. 천 원 복권 한 장을 꺼냈다. 당첨이 되어서 복권교환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사 볼 마음이었다. 동전으로 살살 긁으면서. 혹시 1등? 하는 기대도 했다. 어... 천 원 당첨이다. 생애 첫 즉석 복권이 꽝이 아니다! 슬며시 웃음이 났다. 이제 복권교환을 해 보자. 네이버의 도움으로 서비스판매→인쇄복권, 이렇게 하면 되네! 그제야 생각이 났다. 문제 해결이다.
이제 복권교환은 할 줄 아는 알바가 되었다. 몇 분 전에는 손님에게 원망의 눈빛을 받았는데 말이다. 그리고 천 원 복권 한 장을 사서 본전을 했으니 이만하면 괜찮다. 그렇다면 나도 운이 있는 사람인가? 복권을 또 사볼까? 1등이 될 수도 있잖아? 마음이 들뜬다.
능력치 하나를 올리고 으쓱해 있는데, 곧 다른 손님이 왔다. 음료 2+1 5,600원이다. 현금 만원을 받고 거스름돈을 내드렸다. 그런데 손님이 나간 후에 뭔가 마음에 걸렸다. 좀 전 상황을 되짚어 보니 거스름돈이 4,400원인데 5,600원을 내 준 것이 아닌가? 1,200원 더 나갔다. 이런 어쩔 수 없이 내 지갑을 열어 1,200원을 채워 넣었다. 그렇게 첫 복권 당첨금은 내 손을 떠났다. 오늘의 행운은 여기까지! 인생은 새옹지마인가 보다. 천 원 당첨된 것에 들떠서 1등을 꿈꾼 자의 결과다.
‘새옹지마’는 인생의 길흉화복은 변화가 많아서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예전에는 어쩔 수 없이 닥치는 운명이라고 생각해서 무서운 말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50대 중반이 되니 ‘어쩔 수 없는 영역’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더 살피고(포스기 잘 읽어내기), 대비하고(편의점 아르바이트 일 배우기 검색), 자만(1000원 당첨에 1등 꿈꾸기) 하지 않는다면 대책 없이 휩쓸려 나가지는 않을 것이다.
세상 어떤 일이든 만만하지 않다. 쉽게 오는 행운도 없다. 행운은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 기회로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모처럼 온 인생의 기회를 자만심으로 날려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오늘도 평범한 교훈을 왁자지껄 하게 되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