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취향이 궁금하다!
편의점에서 손님이 가장 많이 찾는 상품은 담배이다. 담배는 판매 수량도 많고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단일 상품군내에 품목이 제일 많은 것이 가장 큰 몫일 것이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걱정이 된 것 중 하나는 담배 이름과 위치를 익히는 것이었다. 일을 배우는 며칠 동안 본 담배 손님들은 몹시 급했다. 담배도 빨리 내어 주고 계산도 빨리 해야 할 것 같았다. 아는 담배 이름이라고는 친정아버지의 ‘88 라이트’ 밖에 없는 나는 자신이 없었다.
담배 진열대는 계산대 뒤편에 넓게 펼쳐져 있다. 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을 만큼 넓고 높다. 손을 힘껏 뻗어야 할 정도의 높이까지 손바닥만 한 크기의 칸들이 빼곡하다. 빈틈없이 들어차 있는 담배들의 이름들이 아주 낯설다. 살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다른 세상의 단어 조합이다. 가로 세로 나란히 서있는 담배들이 백만 개는 되어 보인다. (사실은 176종이다.) 이 이름들을 다 알아야 하다니 막막했다. 괜한 일을 시작했나 후회도 되었다.
담배 이름은 대체로 브랜드명과 상품명, 특징 세 단어로 되어 있다. 그리고 외국어다. 근무 첫날 우선 브랜드명부터 익혔다. 생각보다 브랜드도 많았다. 위치를 대략 가늠해 놓고는 담배 이름을 하나씩 읽어 보았다. 뭐 하나 쉽게 읽히는 이름이 없다. 서투르게 하나씩 이름을 짚어 가다 보니 가로로 납작한 모양의 담배들 구역에 들어왔다. 전자담배다. 이건 이름이 더 어렵다. 아무런 개연성이 없어 보이는 단어들의 조합이다. 이걸 다 어떻게 기억하지? 담배 이름을 왜 이렇게 지었지? 아니, 애초에 왜 이렇게 종류를 많이 만들었지? 서너 종류만 있어도 알아서 다 피우는 것 아닌가? 도대체 이 많은 담배들은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이지? 담배를 피워본 적 없는 나는 도대체 알 수가 없다.
담배는 0.5, 1, 3, 4, 5 등 숫자로 끝나는 이름도 많다. 남편에게 물어보니 니코틴 함량이라고 한다. 또 두께를 표시하거나 향을 짐작하게 하는 단어도 있다. 그러고 보면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참 섬세하다. 저 미세한 함량의 차이를 다 체크하고, 향의 차이, 길이의 차이, 두께의 차이를 다 고려한다는 것 아닌가! 하나라도 맞지 않으면 안 된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 많은 옵션 중에서 어떻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딱 찾아냈을까? 다 피워보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담배를 피우는 친구, 동료들끼리 내적 친밀감 모임이 있나? 그 안에서 신제품 정보도 교환하고 맛보기도 하고 물물교환도 하는 것인가?
“이거 봐봐! 이 번에 ◯◯◯에서 새로 나왔어.”
“그래! 어디 한 번 볼까? 음... 향은 괜찮은데, 좀 진하네”
“나는 얇은 담배는 싫어. 너는 좋아하겠는데?”
“응. 난 좋아.⋆⋆⋆보다 슬림해.
바꿔볼까?”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담배 연기를 올리며 취향을 공유하는 장면을 상상해 본다. 진지하고 다정한 시간이지 않을까?
취향이란 사전적 의미로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이다.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취향을 찾아가는 것은 진지하고 중요한 일상이다. 그리고 취향은 전적으로 개인적인 영역이다. 강요해서도 안 되고, 타인의 취향을 얕잡아 보는 것은 무례다.
담배의 종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담배에 대한 취향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며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 담배는 싫어하지만, 취향이 확실한 사람들의 행보가 몹시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