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훔친 설립가 <파운더>

by 영화요원

해외여행을 가면 그 나라에만 있는 맥도날드 메뉴를 먹어보는 사람들이 생겼을 정도로 '맥도날드'라는 패스트푸드 회사는 전 세계에서 손꼽히게 많은 매장을 가진 기업이되었다. 한국에서도 쉽게 맥도날드 매장을 찾아볼 수 있고 ‘역세권’을 변형한 '맥세권'이라는 유행어가 생겼을 정도로 '맥도날드'에 대한 인식은 편리할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부담 없는 곳이다. 이런 글로벌한 기업의 탄생을 그린 존 리 행콕 감독의 영화 <파운더>(The Founder)는 믹서기 판매원 레이 크록(마이클 키튼)의 달걀과 닭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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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미주리 곳곳에 레스토랑을 돌아다니며 밀크셰이크 믹서기를 방문 판매하는 주인공 레이는 우연히 샌버나디노의 맥도날드 형제가 운영하는 신개념 레스토랑 '맥도날드'에 방문하게 된다. 형제의 스피드 시스템과 여러 가지 시행착오 이야기를 들은 레이는 그들에게 프랜차이즈 사업을 제안하고 야망 가득한 그는 곧바로 무분별한 프랜차이즈 사업을 확장한다. 맥도날드 형제와의 사업적 의견 차이로 언성을 높이던 레이는 맥도날드 형제 없는 '맥도날드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마지막엔 맥도날드 형제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상호명 '맥도날드'를 빼앗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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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힘'이라는 LP 강연을 매일 밤 자기 전까지 들으면서 인내와 끈기를 다지는 레이는 언제나 만족하지 못하는 삶을 사는 인물이다. 그는 재능보다는 인내심을 믿고 언제나 '성공'이라는 두 글자를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나 그런 레이의 야망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내와 잦은 다툼을 벌이기도 하고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좋아하지도 않는 부르주아 친구들과의 모임에 나가기도 한다. 그런 그가 주문한지 30초 만에 나오는 햄버거 레스토랑의 주인 맥도날드 형제를 만나게 되고 맥도날드의 상징인 황금 아치(지금 맥도날드의 상징인 노란 M자)를 어느 지역에나 있는 법원의 국기, 교회의 십자가로 만들고자 맥도날드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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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맥도날드 형제의 꿈이었던 전국 프랜차이즈 사업은 레이가 발을 들여놓은 순간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진행되어갔고 그에 따른 문제점이 생기게 된다. 맥도날드의 '가족 정신'에 위배되는 지저분한 매장, 이상한 메뉴를 파는 매장과 그저 월급이 목적인 직업 정신없는 점주들, 밀크셰이크를 만들기 위한 냉동고 전기 요금 등 ‘차근차근’이 아닌 급진을 꾀한 레이에게 다른 해결책이 필요했다. 결국 그는 어려운 가족들을 위해 지역 사회에 공헌한다는 미명 아래 (한때 밀크셰이크 믹서기를 팔던 레이) 비용 절감을 위한 가짜 밀크셰이크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이로써 자신의 주머니와 동시에 야망을 채워나갔다.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는 턱 없이 부족한 아내와의 이혼과 그의 야망을 알아주는 여자와의 새로운 시작도 꿈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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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어려운 부부를 도와 점주 자리를 내어주던 레이는 자신이 진짜 '맥도날드 정신'을 잇는 마냥 위선을 떨었고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단 한 번의 추락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는 최종적으로 맥도날드 형제의 '맥도날드'라는 이름을 빼앗으면서 그들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어놨고 특유의 자신감과 끈기로 밀어붙여 맥도날드 형제에게서 '맥도날드'라는 글로벌한 기업을 백지수표 몇 장으로 거머쥐게 된다. 맥도날드의 스피드 시스템을 본 사람이라면 그 체계를 빼앗아 다른 식당을 차렸겠지만 레이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사실 그가 내놓은 아이디어라곤 하나 없었지만 그는 그 ‘맥도날드’라는 이름의 가능성과 성공을 미리 미래에서 보고 온 것처럼 확신했다. 레이가 그의 친구로부터 그 프랜차이즈 사업에 얼마나 확신하냐고 물었을 때 그가 분명히 '홀인원'이라고 대답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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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영화의 후반부 전개 이전에는 레이의 가치관 변화가 있을 거라고 확신한 부분이 몇 가지 있었다. ‘황금의 비’라는 노래를 부르는 장면인데, 그 노래 가사는 분명 ‘하늘에서 떨어진 동전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꽃을 사요’라고 했고 이는 가족정신을 지향하는 것처럼 보였다. 또 레이는 언제나 기쁜 일이 있을 때 아내와의 축배를 들었고 자신의 지난 모습과 닮은 방문 판매원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그의 야망을 향한 수단일 뿐이었고 만족되지 않는 그 야망이야말로 그의 삶의 원동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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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는 그토록 혐오하던 부르주아 모임을 그의 자유의지로 결성해나갔고 거기서 새로운 아내를 맞이했으며 맥도날드 형제의 추락을 두 눈으로 실감하고도 그의 비서를 비롯한 최측근들에게 회사의 자리를 내어주었다. 이렇게 보면 이 영화는 단순히 맥도날드 정신을 지키고자 했던 맥도날드 형제와 사업가 레이의 싸움이 아니라 아메리칸 드림을 꿈꾼 야망가의 추악한 승리와 재능있는 사람들의 추락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 같다. 자신의 밀크셰이트 믹서기를 한번만 봐달라는 그 간절한 눈빛과 자신감 넘치는 말투가 마지막에는 교만함과 성공에 대한 집착이 서려있는 눈빛으로 변질됐을 때, 이 작품은 본 사람이라면 길거리에서 맥도날드 매장을 지나칠 때마다 이 참혹하지만 화려하고, 안타깝지만 돌아서게 되는 이야기를 떠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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