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하루>

by 영화요원

한국판 엣지 오브 투모로우라는 타임루프 소재의 영화 하루는 지난 15일에 개봉한 조선호 감독의 작품이다. 뛰어난 연기력의 소유자 김명민과 배우로서 급상승세를 띠는 변요한이 주연을 맡았다. 김명민은 그동안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하얀 거탑. 베토벤 바이러스를 통해서 연기력과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나 이상하게도 그의 영화들은 언제나 아쉬움이 가득했다. 자연스레 그의 작품들을 멀리하게 됐는데 이번에 개봉한 작품에 작은 기대를 걸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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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의 부름을 받고 해외출장을 간 전쟁터의 성자 준영(김명민)은 공항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딸과의 약속 장소로 이동한다. 길 한복판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딸을 보게 된 준영은 갑자기 2시간 전으로 타임루프를 하게 되고 딸을 구하기 위해서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무슨 방법을 써도 구할 수 없는 딸을 바라보던 중 자신에게 달려든 민철(변요한)을 만나게 되고 두 남자는 아내와 딸을 구하기 위해 서로를 돕게 된다.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의도된 살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준영과 민철은 과거의 자신들의 잘못으로 인한 가족의 죽음에 안타까워하고 준영은 용서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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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영화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별로 하지 못할 것을 미리 알려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본 이번 김명민의 작품은 역시 나로 끝났다. 심지어 영화 때문에 김명민과 변요한의 연기가 어색하고 억지스러워 보였다. 중간쯤 가서는 이 영화의 개연성에 대해 포기했고 러닝타임이 90이라는 점에서 감사할 지경이었다.


먼저 준영이라는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해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테러리스트라도 치료하겠다’는 신념을 가진 의사라고 표현했다. 또한 하나뿐인 가족을 뒤로하고 자신의 직업윤리에 전념하는 모습들을 계속해서 보여줬는데 그 계기가 바로 하나뿐인 가족 때문이었다. 준영의 딸은 3년 전 심장기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고 준영은 부도덕한 방법으로 자신의 딸을 살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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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의사이기 전에 아버지라는 위치에서 한 행동에 대한 사죄와 봉사가 의사라는 역할로 옮겨지게 된다. 그로 인해 의사로서 사회적인 지위를 얻으면서 직업윤리에 대한 기본적인 틀이 사라지게 된다. 기자가 사건사고를 밝혀내는 이유는 자신의 주변 사람이 그 사건에 연루되어있어서가 아니라 기자이기 때문인 것처럼 의사도 그러해야 한다고 본다.


그의 3년 전 사건과 테러리스트까지 포용한다는 어떠한 상관관계도 존재하지 않는 설정은 그저 준영을 소탈하고 착한 사람이기 전에 아버지라는 것을 표현하기만 할 뿐이다. 직업에 대한 사명을 또 한 번 이야기하자면 준영의 동료로 나오는 인물 용선(임지규)은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준영 매니저에 가까웠다. 사탕을 잘못 삼켜 켁켁대는 아이를 보고도 그저 준영을 바라보고 어떠한 조치를 취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인물 설정이 준영과 대비를 보여주는 것이라면 성공이지만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서는 잘못 설명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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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영화는 의사라는 직업과 아버지라는 역할이 충돌할 때 생긴 일들을 시작으로 전개된다. 또 아버지로서의 삶을 상실한 채 살아가는 남자의 이야기를 동시에 하면서 가족을 향하는 마음으로 시작된 비극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일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택시기사(유재명)가 죽으면 또다시 하루가 반복되고 의사인 준영은 자신의 딸을 살리면서 동시에 택시기사를 살려야 비극을 피할 수 있다. 아버지로서 딸을 살려야 하고 의사여서 그를 살려야 하는 것이 아닌 또 한 명의 아버지로서 그를 구해야 하는 준영에게 이 영화에서 바라는 것은 의사 준영도, 아버지 준영도 아닌 사람 그 자체인 준영이다.


그 점에서 잘 모르겠다. 이 영화가 말하고 싶은 게 뭔지. 하루가 뭔지. 물론 이 영화에 대한 나의 이해가 부족할 수도 있다. 감독의 의도를 잘못 파악했을 수도 있다. 파악 못했다면 파악 못한 데로 그렇게 남겨야 할 영화가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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