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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요원 Jul 18. 2017

작가의 서랍

 브런치 작가의 서랍을 들여다보면 발행되지 않은 글 네 개가 자리하고 있다. 가장 오래된 글은 추운 겨울인 2월. 그다음은 공부하기 싫었던 중간고사가 끝나고 마땅히 '해야 할' 무언가가 없었을 적 적어보았던 4월 말. 그다음은 너무나도 공부하기 싫었고 실제로 하지 않았던 4학년 1학기 기말고사 시즌 6월 중순. 가장 최근은 '다시 써 볼까' 했던 이타적인 이기주의자 매거진 글 6월 말. 가장 오랜 된 글은 영화 <마더>를 보고 3 문단 정도 쓴 글인데 사실 더 이상 끌 글자가 남아있지 않아서 발행하지 않았다. 영화에 집중을 하지 못하기도 했고 번지르르한 말로 이해한 척하기 싫었던 것도 있다. 나머지는 일상 에세이인데 어떤 끝맺음을 낼지 이미 머릿속에서 정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서랍에 처박혀있는 거 보면 어지간히 자판 두드리기가 쉽지 않았나 보다. 


 이렇게 서랍에 넣어진 내 미완성의 글은 (물론 지금까지의 글이 만족스럽게 '완성'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더 이상 꺼내보지 않는 것들이 되었다. 가끔가다 다시 시도하겠지만 결코 완성되지 않을 거 같다는 느낌이 든다. 글을 앉은자리에서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한 번 서랍을 경험한 글들이 세상에 나오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글이 서랍에 들어간 이상 자리를 차지하게 되고 그 자리는 그 글을 공간을 차지하는 무엇과 동일시된다. 그러니까 진짜 서랍이라면 계속해서 싸이는 원고지 아래에 자리해 계속해서 밑으로 밑으로, 위로 덮어지는 수많은 원고지들 아래로 자리하게 되는 것이다.


 이 미완의 글들이 발행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그 글 속 문장에 대한 작가의 회상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영화에 대해, 어떤 주제에 대해 자음과 모음으로 표현되는 그 문장이 진정으로 작가가 사용하고 싶은 것이라면 시간이 오래 걸릴지라도 반드시 나올 것이다. 앞서 <마더>에 대한 글을 완성하지 못할 것 같다고 적어냈지만 사실상 그 영화의 제목으로 작성했던 문장을 꼭 사용해서 글을 발행하고 싶은 것도 있다. 영화 글을 발행할 때마다 이 애물단지 같은 글이 생각나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언젠가 '나를 파멸시키는 아군 <마더>'가 발행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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