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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요원 Jul 30. 2017

혼자가는 영화관

누군가에게 "나오늘 (현재 영화관에 상영하는) 영화 봤어!" 하면 대부분 두 가지의 물음이 되돌아 온다.

첫번째는 "누구랑?"

두번째는 "그거 재밌어?"


사실 이 두 질문 모두 좋아하지 않는다. 첫 질문에 거의 혼자라고 답하기 때문도 있지만 누군가와 영화보는 것 자체가 이제는 부담스러워졌다. 왜냐면 같이 관람한 상대방의 태도가 두렵기 때문이다. 또 나는 영화를 늘 재미로만 보지 않기때문이다.



1. 나 영화 혼자 봤어

 먼저 이야기할 상황은 내가 다른 누군가에게 함께 영화를 보자고 제안한 경우이다. 함께 영화를 보고 그 영화에 대해 모두 긍정적이면 좋겠지만 그런적이 많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경우는 '둘다 불만족'. 종종 '둘 중 한명만 만족'한 경우. '둘다 불만족'이 많은 건 내가 만족해도 상대가 그렇지 않기에 맞장구를 쳐준적이 있어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나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이 영화에 대한 책임을 나한테로 돌릴 수 있다. '네가 보자고한 영화 별로야' 라고 쉽게 말할 수 있는것이다. 반면에 나는 그렇지 못한다. 그 영화에 돈을 지불했기때문에 당연한 반응일수도 있지만 무료로 초청된 시사회에 함께갔을 때도 쉽게 불만족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래서 이제는 더이상 누군가에게 영화를 같이 보러가자고 제안하지 않게됐다. 가끔 무료로 하는 시사회는 항상 1인 2매여서 누굴데려가야하나 생각이 많았는데 이제는 그냥 혼자보러간다. 나 혼자 백수인 것도 한 몫했다.


 두 번째 경우는 누군가가 나에게 영화를 보자고 제안한 경우다. 이 경우는 사실 별로 없다. 첫번째 이유는 나만큼 영화를 정기적으로 보는 이가 주변에 많지 않다. 다들 데이트할 때 보거나 주변에 평을 듣고 영화관을 사람들이 많다. 두번째는 거절을 잘 한다. 나에게 제안한 경우가 그렇게 많진 않지만 내 입맛이 좀 명확한 편이라 집에서봐도 되는 영화, 영화관에서 봐야하는 영화로 분류된다. 만약에 전자면 거절을 하고 후자의 경우 온전히 그 영화에 집중하고 싶으면 (예를 들어 논란감독의 영화) 적당한 핑계를 대서 혼자보러간다. 이쯤 되면 내 성격에 문제가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영화를 혼자 보는 것은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입밖으로 쏟아지는 수많은 생각들을 분출하고 나누는 아주 큰 즐거움을 포기하는 것이다. 영화에 대해 좋은 평이던 그렇지 못한 평이던 재잘대는 것 자체가 영화를 보는 것의 연장선인데 이걸 스마트폰에 일일히 적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야기 나누는게 싫었다. 나는 혼자니까. 그래서 영화관을 나오는 순간 귀에도 들어오지는 않는 음악으로 사람들의 말을 차단하고 스스로와의 대화를 시작하는게 버릇이 됐다. 물론 혼자 영화보는 사람이 모두 나같지는 않다.




2. 그 영화 나한테는 ____해서 좋았어/____해서 별로였어

재밌냐고 물어보면 난감하다. 우선 재미있냐는 질문이 구체적이지 않다. 물론 눈에 띄게 재미를 위한 영화 (예를 들어 스파이더맨)에 대해서는 유머나 액션에 초점을 맞춰서 대답을 하면 되지만 그렇지 않은 영화들이 더 많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덩케르트에 경우 나에게는 재밌다는 말로 한번에 정리할 수 없는 영화였다. 심장이 뛰고 귀가 멍멍하고, 지평선이 눈부시게 빛나 시릴정도고, 몇마디 없는 대사에서 처절함을 절절히느끼는 영화를 단순 재미있다 없다고 단정지을 수 없기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질문에 좋았다 별로였다에 세부적인 사항들을 추가한다.


 그 전에 가장 중요한것은 적어도 나한테는 이라는 말이다. 100명이 같은 시 한편을 읽어도, 책 한권을 봐도 100개의 다른 의견이 나오는데 영화는 오죽하랴. 이 말을 꼭 붙이는 이유는 질문한 이가 나의 반응을 보고 기대치를 갖지않게, 가지더라도 나에게 원망할 수 없게 하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상대방이 어떤 영화를 볼지에 대해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종종 의견이 갈리는 걸 많이 목격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반응이 나오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추천도 잘 못해주는 편이다. '진짜 이 영화 왜 안봐! 당장 봐!'를 제외하고 '나는 괜찮게 봤는데 너는 어떨지 모르겠다. 이런 장르의 영화 좋아하면 괜찮을 수도 있어.' 로 돌려말하는 편이다. 동시에 다른 사람들이 추천하는 영화도 잘 안보게 됐다. 영화를 보는데에 있어서 실패와 성공을 나눌 수는 없고 편식을 하면 더더욱이 안되지만은 아직은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먼저 보고 싶다.



 

영화를 혼로 즐기던, 여럿이 즐기던 각자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관람하면 좋을 것 같다. 물론 나도 좋은 영화메이트를 언제나 갈망하지만 아직까지 나타나지도 않았을 뿐더러 아직은 혼자 영화보는 것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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