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ilty Pleasure <킹스맨 : 골든 서클>

by 영화요원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던 훈훈한 양복점 가게 남자들이 돌아왔다. 지난 2015년 과감히 사람을 반으로 자르고 머리통을 다 터뜨리던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가 여전히 무자비한 액션과 야한 농담으로 2017년 올해 <킹스맨 : 골든 서클>이라는 후속 편을 내놓았다. 생각지도 못한 환영을 받았던 지난 작품은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교회 액션신과 마지막 폭파 장면은 sns 상에서 수없이 떠돌았다. B급이라면 이래야 한다는 좋은 예를 보여주면서 영국 감성에 취하게 만들었던 지난 작품의 후속 편은 그야말로 킹스맨 다웠다.


발렌타인(사무엘 L 잭슨)으로부터 세상을 구한 에그시(태런 에전트)는 영국 런던에서 킹스맨 요원으로 지내다 에이전트 훈련 중 조직을 배신해 최종 탈락한 찰리를(에드워드 홀크로프트) 만나게 된다. 찰리와의 싸움으로 데이터를 해킹당한 킹스맨 조직은 알 수 없는 미사일 공격을 받고 많은 요원들이 숨지게 된다. 멀린(마크 스트롱)과 에그시 단둘만이 살아남은 킹스맨 조직은 도움을 청하기 위해 미국 켄터키로 건너가게 된다. 형제 조직인 미국의 정보국 스테이츠맨을 만나고 미사일을 날린 조직인 골든 서클을 알아낸다. 세계 각국에 마약을 수출하는 골든 서클의 수장인 포피(줄리안 무어)는 마약을 합법화하기 위해 바이러스를 뿌리고 미국 대통령과 거래를 시도하게 되는데 수백만 명의 사람들과 사랑하는 가족을 구하기 위해 포피와 맞서게 된 킹스맨과 스테이츠맨은 그들의 기지로 침투해 세상을 구하고자 한다.


강약 조절을 확실히 했던 전편과 달리 전력질주하는 듯한 이번 작품은 생각보다 길었다. 미사일의 근원과 찰리의 연관성, 스테이츠맨이라는 조직에 대한 믿음과 배신, 해리의 등장과 그의 회복, 미국 대통령과 골든 서클 수장의 줄다리기. 너무 많은 내용을 한 번에 담으려 했던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그래도 특유의 유쾌하고 B급 개그와, 잔인한데 재미있는 액션들이 한데 모이니 역시 킹스맨 시리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감독의 고뇌가 많이 보였다. 교회 신을 대신할 더 강력한 액션이 필요했고 전편보다는 더 잔인하거나 더러운 농담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탄생한 장면은 솔직히 말하자면 없다. 중점을 둔 큼지막한 액션 장면은 3개 정도로 보여진다. 맨 처음 찰리와 에그시의 싸움, 후반부에 포피 랜드에서의 2가지 액션신. 전편과 계속해서 비교하고 싶진 않지만 기억에 날 만한 시각적인 충격은 이미 받았나 보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여성 캐릭터의 역할이다. 멀린과 같이 요원들을 보호하고, 지시하는 스테이츠맨의 진저에일(할리 베리)은 이번 편에서 멀린보다 더 큰 브레인을 맡았다고 볼 수 있다. 스테이츠맨 조직에서 킹스맨 요원들이 활동하는 상황에서 중반부에는 진저의 비중이 컸고 그녀가 상황을 판단하고 명령을 지시했다. 골든 서클의 수장인 포피는 자신의 부하들에게 충성심을 요구하며 권력을 행사하고 배신하지 않는 로봇들을 곁에 두며 자신이 가진 능력을 충분히 발휘한다. 그다지 비중이 많진 않았지만 정치세력 내에 여성의 지위를 확실히 보여줬던 여성 부대통령(아무리 찾아도 이름이 안 나오네요)도 현 미국의 대통령의 잘못을 바로잡는 역할을 하며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항간의 이 영화가 여성 혐오적이라는 소문이 있는데 그렇다면 미국 대통령에게 수갑을 채우고 후견인으로 여성을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며 해리를 구하고 치료한 것도 진저가 아니었을 것이다.

유쾌한 음악들로 가득한 액션 신을 보고 있자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가 떠올려지기도 했고 <매드 맥스>가 생각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인 테마곡을 적절히 사용하면서 에그시가 진정한 킹스맨 요원으로 성장하고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엘튼 존의 등장으로 어이없는 웃음들을 선사하기도 했다. 음악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고르자면 아마도 대다수가 멀린이 지뢰를 밟고 존 덴버의 Take me home, Country road를 부르는 장면일 것이다. 영국이라는 고향과 몸담았던 조직을 떠나 타지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 그는 이 노래를 크게 부르면서 자신의 선택에 후회가 없다는 듯이 노래를 부른다. 그의 죽음은 다른 전편의 해리의 죽음 아닌 죽음처럼 충격적이었고 가장 슬픈 장면이었다. 많은 기존의 캐릭터를 없애고 새로운 캐릭터에 치중한 이번 편의 선택이 옳았는지는 다음 작품을 한번 더 감상했으면 하는 좋은 핑곗거리가 된 것 같다.


이제 아쉬운 점을 말해보자면 시각적인 볼거리를 많이 선사했음에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난 직후에 글을 쓰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신기했던 볼거리는 있었지 기억될만한 신은 없던 것 같다. 감히 말하건대 3편이 나오더라고 이건 불가능하다고 본다. 두 번째는 해리의 부활이다. 굳이라는 말과 함께, 이 시리즈에서 해리의 역할이 뭘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물론 스파이 조직의 정신적인 지주와 탁월한 감각으로 이중 스파이를 단번에 알아보는 그의 안목은 뛰어나나 그가 앞으로 계속될 킹스맨의 필요한 존재인가와 더불어 그를 살리고 멀린을 죽이는 방법을 택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은 굳이 필요했는가 싶은 이중 스파이의 존재다. 개인적으로 사사로운 감정과 개인적인 역사를 자신의 복수에 맞물리게 하는 걸 싫어한다. 영화 속 좋아하는 캐릭터를 꼽으라면 위에서도 언급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 속 '로켓(브래들리 쿠퍼 목소리)'이 있다. 로켓은 영화가 시작하고 끝날 때까지 계속 욕을 하며 자기 멋대로 굴고 너구리면서 너구리라고 불리는 걸 싫어한다. 로켓이 다른 행성 사람들의 보석을 훔치면서 하는 말이 '훔치는데 이유 없어. 그냥 내가 훔치고 싶어서 훔치는 거야'이다. 영화에 개인의 감성을 소비하면 갑자기 이질감이 생긴다. 솔직히 말해 관객으로서는 그 캐릭터를 이해할 시간이 최대 2시간 반 정도뿐이다. 그들의 행동에 모든 의의를 둬버리면 내가 2시간 동안 보았던 캐릭터의 체계가 무너져 버린다. 그러니까 관객으로서 이중스파이의 그 아픈 과거까지 알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위스키, 테낄라, 진저에일, 샴페인이라는 익숙한 이름의 캐릭터들이 영국 신사들과 모여 중독이라는 성질을 가진 마약 이야기를 한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더 강력한 속편을 기대하며 강렬한 것들에 중독된다. 언제나 새로운 것과 더 새로운 것을 원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번 <킹스맨 : 골든 서클>은 향수병이라는 단어와 존 덴버의 컨트리 송을 통해 새로움과 발전된 것에서 환기를 시켜준다. 반가운 속편이었고 반가운 액션이었다. 새로운 캐릭터들의 활약을 다음번에도 보고 싶은 작품이다. 성장영화로도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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