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연이든,
<신과 함께 : 죄와 벌>

by 영화요원

개인 사정으로 인해 약 한 달 넘게 무비 패스에 참가하지 못했다가 드디어 시간이 생겨서 갔다 왔습니다. 워낙 개봉 전에 화제가 됐던 작품이기도 하고, 배우 김향기 양을 좋아해서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향기 양은 어렸을 적부터 아역배우였다기 보다 그냥 배우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아서 그녀의 신작은 언제나 궁금해지더군요. 최대한 실망 안 하려고 웹툰 원작, 화려한 CG와 캐스팅 정도만 듣고 가서 관람했습니다.



소방관 김자홍(차태현)은 어느 날 불길에 싸인 사람을 구하다 목숨을 잃게 된다. 그의 이름을 부르는 저승사자 덕춘과 하원 맥을 보고 비로소 자신의 죽음 깨닫는 자홍은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게 된다. 이승에서 사람을 구하고 선을 행했다는 이유로 귀인의 반열에 든 자홍은 스스로를 귀인이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저승사자들은 남은 49일 동안의 7개의 재판에서 김자홍을 환생시키고자 한다. 삼차사들의 48번째 정의로운 망자, 귀인이 된 김자홍은 가장 가벼운 죄부터 마지막에 가장 무거운 죄에 대한 심판을 차례대로 받게 된다. 심판을 받을수록 그동안 김자홍의 성실한 모습에 감춰졌던 비밀들이 밝혀지고 이승과 저승에 균열이 생기는 일까지 발생하게 된다. 염라대왕에게 49명의 귀인을 환생시키면 자신들의 환생까지 약속받은 삼차사 강림(하정우), 덕춘(김향기), 하원맥(주지훈)은 김자홍을 환생시키기 위해 무모한 짓까지 서슴지 않게 된다.


웹툰을 본 적도 없고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도 제로였던 게 사실이다. 이때까지 차태현 씨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그리 다양한 변신을 보여준 적이 없기도 하고 워낙 신파를 좋아하지 않는 탓에 마음을 비우고 관람했는데 역시 거기까지 였나 보다. 처음부터 쓴소리 하자면 2시간 20분 정도 되는 영화에서 건진 거라곤 나날이 발전하는 덱스터 스튜디오의 CG와 화려한 캐스팅 찾아내는 정도라고 해야 할까. 이 작품은 웹툰을 원작으로 하지만 영화만 놓고 이야기해볼 때 충분히 신선한 소재라고 생각된다. 내가 죽으면 어디로 갈까. 갈 곳이라도 있는 걸까 하는 의문점들과 비롯하여 그런 저승에서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이승에서의 올바른 삶의 태도를 조명하기 때문이다.


스크린이 막을 내리자마자 든 생각은 과연 김자홍이 정의로운 망자, 귀인인가 하는 것이었다. 7번의 재판을 통해서 그동안 김자홍이 이승에서 저지른 죄에 대해 나온다. 그가 저지른 죄목은 동료를 두고 화재현장에서 사람들을 살린 죄, 죽은 동료를 대신해 아빠인 척 글을 써서 아이를 괴롭게 한죄, 돈 때문에 죽어라고 열심히 산죄, 부모에게 거짓으로 꾸며 편지한 죄 등이 나오고 결론 적으로 김자홍은 무죄가 된다. 여기서 김자홍이 귀인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점은 이거다. 인간이라면 평생에 죄를 짓고 살지 않을 수 없다는 염라대왕의 말에 마지막에는 진정한 사과만이 죄를 사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작품에 나온 모든 선행과 악행은 모두 결과론적인 게 돼버리는 거다. 동기나 과정을 중요시하지 않고 결과에만 초점을 맞춰서 김자홍의 어린 시절 그런 절박하고도 잔인했던 마음과 행동이 용서가 될 수 있는 부분인가에 의문점이 든다.



이 문제에 연장선으로 인간이 인간을 심판할 수 있는가. 또 인간을 넘어선 존재가 인간을 심판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해 볼 수 있다. 인간이 인간을 심판하는 경우는 영화 속에서 나온 인간관 계속에서 나오는 증오나 용서, 또는 법을 처벌하는 경우를 말할 수 있다. 인간이 또 다른 인간을 심판한다는 이야기를 그저 부모 자식 간의 긴 슬픔과 잘못을 용서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춰 관객들의 눈물을 유도하는 식으로 전개된 부분이 아쉽다.


최근에 개봉한 작품을 예로 들어 비교하자면 고로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세 번째 살인>에서 범죄를 저지른 죄수는 이런 말을 한다. '이 세상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게 바로 나예요.' 그렇게 그는 다른 사람을 심판하고 마지막에 가서는 스스로를 심판하기에까지 이른다. 물론 두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바가 다르기에 내용도 다를 수밖에 없지만 더 깊은 얘기를 전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인간이 인간을 심판하는 게 아닌 인간을 넘어선 신과 같은 존재가 인간을 심판할 수 있다면 그거 또한 정당한가. 누군가를 심판한다는 것은 약속한 규범이 있다는 뜻이고, 그 뜻을 벗어나면 심판을 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는 7명의 대왕이 망자가 된 인간들을 심판하는데 과연 이들에게 그럴 권한이 있을까. 우리와 다른 세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자신들보다 저급한 존재로 생각한다. 그렇지만 영화 속 신들은 인간과 그리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물론 인간이 가지지 못한 신비한 능력들을 소유했지만 서로 질투를 하고 다른 이들을 속이거나 하는 것들이 보이면서 그들이 인간들을 심판하는 것 외의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이번 작품을 시작으로 내년 8월에 후속작이 나온다고 하는 <신과 함께>는 촬영 기간 1년 동안 2편의 작품을 모두 촬영했다고 한다. 감독의 재량으로 많은 스타들이 우정 출연한 이 작품은 화려한 캐스팅으로 이목을 끌었는데 오히려 독이 된 것 같다. 너무 많이 나와서 자꾸 이 영화 속에서 관객을 나가게 만든다. 배우가 눈에 들어오지 배역이 안 들어온다. 적절히 쓰고 적절히 배치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됐다. 후속 편을 당연히 염두에 두고 개봉한 작품이기에 풀리기 않았던 게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웹툰을 보지 않은 관객들을 충분히 배려한 설정과 캐릭터라고 생각된다. 영화는 영화로 평가는 것이 올바르다고 판단되기에 원작과 다른 것에 대해 너무 많은 이야기가 오르지 않았으면 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얇은 포장지로 둘러싸인 세계들 <리빙보이 인 뉴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