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누군가의 무엇이 아니어도 돼
<토이 스토리 4>

by 영화요원

우리의 친구 보안관 우디가 돌아왔다. 토이 스토리 3을 마지막으로 하며 작별인사를 한 줄 알았던 관객들은 완벽한 마지막 시리즈를 두고 새로운 작품이 나오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렇지만 조리 쿨리(인사이드 아웃, 업 감독)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는 걸 곧 영화관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전혀 다른 이야기이면서 어떻게 보면 아직도 같은 주제를 이야기하는 이 시리즈가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앤디의 곁을 떠나 새로운 주인을 만난 우디(톰 행크스)와 친구들. 보니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며 장난감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유치원에 난생처음으로 가게 된 보니를 걱정하던 우디는 보니의 가방 속으로 따라 들어가 그녀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보니가 쓰레기통에 있던 숟가락으로 장난감을 만들고 포키(토니 헤일)라고 이름을 붙여주는데 자신이 쓰레기인 줄만 알았던 포키는 쓰레기통으로 자꾸 가려만 한다. 우디가 포키에게 장난감의 사명을 알려주면 보니의 장난감으로 지내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려고 애쓴다. 로드트립을 간 보니와 장난감들은 고속도로에서 포키가 뛰어내리자 그를 보니의 곁으로 데려오기 위해 다시 힘을 모은다.


어떻게 보면 이번 토이 스토리는 또 다른 시리즈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앤디와의 이야기를 3으로 마무리 짓고 새로운 주인을 만나면서 우디와 친구들이 이제는 보니의 장난감으로 겪을 이야기들을 시작하는 셈이다. 아직 픽사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바는 없지만 우디가 50년대 장난감이고 <토이 스토리 2>에서 장난감 박물관으로 갈 수 있을 정도의 오래된 장난감인 것으로 미루어볼 때 우디는 아마 앤디의 아빠의 장난감이었을 수 있다. 꼭 그가 아니더라 하더라도 오래전부터 누군가의 장난감으로 평생을 살았던 우디는 시간이 흐르는 것처럼 다른 세대의 주인들을 만나 오면서 장난감들의 숙명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사랑받고 사랑을 주는 행복한 시절 이후에는 반드시 잊혀지고 버림받는 시기가 오고 또 다른 주인을 만나서 다시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그가 아는 장난감의 운명이었다.


발바닥에 앤디라는 이름 대신 보니라는 이름을 새겼지만 앤디를 잊지 못했던 우디는 보니와 함께하면서도 늘 앤디 이야기를 했다. 아마 가장 큰 이유는 언제나 앤디가 제일 아끼는 친구였던 그가 이제는 옷장에서 몇 주 동안 지내야 하는 몸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새로운 주인을 만났지만 잊힐까 봐 두려웠던 우디는 보니 곁을 맴돌고 포키에게 보니는 네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보니가 포키를 잃어버리는 보면서 불안해한다.


그러나 앤디의 여동생 몰리의 장난감 보핍은 세월의 흐름으로 몰리와 이별을 하면서 억지로 집에 남으로 애쓰지 않고 새로운 주인을 만나는 것에 대해 아무렇지 않아 한다. 우디가 보핍이 떠날 때 동행하지 못한 것은 그때까지만 해도 우디가 앤디의 가장 아끼는 장난감이었고 보핍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핍의 이야기가 우디를 만나기 전까지 자세히 설명되진 않으나 그녀도 몰리 이후의 주인에게 잊혔거나 잃어버림 당했기 때문에 주인 없는 장난감으로 살고 있었다. 그런데 토이스토리를 보면 나쁜 장난감들의 공통점이 인간에게 버림을 받아 상처를 받았다는 것이다. 제시도 버림을 받아서 박스에 갇혀있는 걸 싫어하고 랏소도 버림받아 아이들을 싫어하게 됐다. 그러나 반대로 이번 작품에서 보핍을 예시로 들면서 아이들에게 버림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장난감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장난감을 아껴주는 주인이 필요하지만 때론 하고 싶은 대로하며 살고 싶어 하는 장난감 본인의 마음도 중요하다는 것을 전한다.


떠돌이처럼 다니는 보핍같은 장난감들도 있고 개비 개비처럼 한 번도 사랑을 받아보지 못해서 누군가를 간절히 만나고 싶어 하는 장난감도 있다. 만들어졌을 때부터 결함을 가지고 태어나 누군가의 이름을 자신의 발바닥에 단 한 번도 새긴 적 없었던 개비는 하모니라는 소녀의 사랑을 받기 위해 우디의 소리 테이프(내 부츠에 뱀이 들어있다!)를 가지려고 한다. 마침내 테이프를 가진 개비가 하모니의 관심을 끌었지만 그녀와 함께 집에 가지는 못한다. 하모니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유일한 길이라고 여겼던 개비는 크게 실망하게 된다.


그녀를 안쓰럽게 여긴 우디가 개비를 보니에게 소개해주기 위해서 떠나는 와중에 길 잃은 소녀를 발견하게 되고 개비는 그녀에게 다가가간다. 결국 외롭게 지내던 개비가 누군가의 손길을 원했던 것처럼 그 길 잃은 소녀를 위해 먼저 다가가 손을 내민 셈이다. 사랑받기를 원했던 장난감에서 사랑을 주는 장난감이 된 개비가 서로를 오랫동안 아껴줄 존재를 마침내 만나게 된 것이다. 이 장면은 장난감이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수많은 아이들에게 위로가 되고 기쁠 때나 슬플 때 항상 곁에서 자리를 지키는 필요한 친구라는 것을 말해준다.


골동품 상점 이름처럼 장난감들에게 두 번째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 우디가 보니를 만난 것처럼, 개비가 길 잃은 소녀를 만나고 제시와 버즈가 앤디와 보니를 만난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 두 번째 기회는 꼭 새로운 주인을 만나는 것만은 아니다. 골동품 상점에 한 상자에서 장난감들이 파티를 즐겼던 것처럼 다른 장난감 친구들과 지내며 주인과의 유대감의 느끼는 기쁨이 아닌 동료와의 즐거움을 느끼며 살아가는 장난감들도 있는 것이다. 보핍처럼 길거리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헤어지면서 더 넓은 세상을 보는 것도 장난감들의 두 번째 기회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럼에도 보핍과 앤디 그리고 다른 친구들이 장난감 뽑기에서 많은 장난감들에게 새로운 주인을 만나게 도와준 것은 그들이 앤디와 몰리를 만나서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에게 첫 번째 기회를 제공하고 싶어서가 아녔을까. 앤디와 보니 그리고 버즈를 떠나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가기로 결심한 우디가 앞으로 만날 새로운 장난감들과 아이들의 이야기가 더욱더 기대된다. 비록 걷고 또 걸어 우디 발바닥에 보니라는 글자가 지워져도 우디는 앤디처럼 보니를 언제나 기억할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제는 아예 앤디의 구름 벽지를 보지 못할까 봐 걱정했으나 오프닝 시퀀스에서 앤디가 장난감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보니에게 우디를 건네주는 장면을 보면서 다시 어린 시절 감성이 살아나는 기분이었다. 누군가의 친구였던 그들이 누군가의 가장 아끼는 파트너가 아니어도 되고 사랑을 나누어줄 아이들이 많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그들만의 세계에도 성장이라는 것이 존재하는구나 깨닫는 시간이었고 2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픽사에서 가장 큰 역할인 우디 목소리를 연기한 톰 행크스에게도 남다른 울림이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물건들이 장난감이 되어 살아 움직이는 것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우디의 첫 번째 주인이 누구였을지 알려주는 이야기를 다음 편에서 기대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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