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법무사협회 법무사지 2월호 드라마 온 넷플릭스
「디 어페어 (The Affair)」 시즌 1, 2, 3, 4. 5.(2014~2018, 미국 SHOWTIME)
전 세계적으로 드라마에 가장 많이 쓰이는 소재가 바로 불륜 혹은 바람이다. 순탄히 흘러가는 사랑이야기에 드라마틱한 효과를 주기 아주 좋은 장치이면서 시청자들의 흥미와 비난을 동시에 이끌어내는 불륜은 거의 모든 드라마에서 발견된다. 이러한 설정을 주로 하여 전개를 펼치는 '막장드라마'라는 장르까지 나오면서 어처구니없는 설정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추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아직까지 불륜으로 망가진 삶을 보여주거나 처절한 절차들로 서로 갈라서는 부부의 모습은 많이 소비되진 않은 것 같다. 드라마 ‘디 어페어’는 남들에게 결코 환영받을 수 없는 사랑으로 시작돼, 두 가정이 겪는 절망적 이야기를 세밀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평범한 선생님과 가장에서 스타작가로
작가를 꿈꾸지만 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노아’(도미닉 웨스트)는 여름휴가를 맞아 가족들과 함께 뉴욕 주 근처 몬탁 친정집으로 향한다. 이웃들의 약간은 불편한 관심과 묘한 기운이 도는 이 동네에서 노아는 식당 웨이트리스 ‘앨리스’(루스 윌슨)를 만나게 된다. 여름휴가로 몬탁에 있는 동안 우연한 만남들이 호기심으로 발전하고 일상의 권태와 장인어른이 주는 압박에 탈출구가 필요했던 노아는 아내인 ‘헬렌’(모라 티어니) 몰래 앨리스와 비밀스러운 만남들을 시작하게 된다.
농장을 운영하는 남편 ‘콜’(조슈아 잭슨)과 단 둘이 살고 있는 앨리스는 간호사로 병원에서 일했지만 어린 아들을 살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직장을 그만두게 된다. 아이를 잃은 후 밀려오는 우울감과 모든 걸 정리해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한 남편을 보면서 괴로움을 느끼고 그 정도가 심할 땐 몸에 작은 상처들을 내기도 한다. 그런 그녀에게 따뜻한 눈길과 다정한 말투로 자신의 아픔을 위로하는 노아가 나타나자 엄마인 시절과 아픈 시절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게 되어 남편을 두고 노아를 만나게 된다.
금지된 만남으로 시작된 이 둘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가정과 이웃, 그리고 스스로를 두고 몰랐던 새로운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미 소비될 대로 소비된 장르로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느낌을 주기위해 고민을 많이 한 작품이 「디 어페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같은 상황을 겪은 두 사람의 서로 다른 관점으로 보여주면서 각자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어느 부분을 왜곡되게 기억하는지를 보여준다. 노아의 관점에서 보면 앨리스가 먼저 노아에게 다가온 것 같지만, 앨리스의 관점에서는 노아가 먼저 과감한 면모를 드러낸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중 어느 것도 진실이라고 할 수 없으며 사실상 당시 상황의 진실이란 이 둘에게 그다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이러한 관점을 계속해서 보여주는 이유는 바로 시청자가 노아가 될 수도 있고 앨리스가 될 수도 있으며 심지어 헬렌, 콜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끝없는 나락으로 곤두박질치는 네 명의 인물들은 서로를 물어뜯고 상처에 상처를 주는 상황들을 보여주지만 사실상 개개인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거대한 파도가 천천히 밀려오는 느낌을 느낄 수 있다.
불륜을 소재로 하는 여타 다른 드라마가 늘 그렇듯 적당한 핑계거리들이 하나씩 있다. 친정에게 항상 무시를 받는 사위, 대도시에서 아이를 넷이나 키우는 가장, 작가라는 꿈을 실현시킬 수 없는 현실, 이 삼박자로 가장 괴로울 때 등장한 앨리스는 노아 스스로를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유일한 존재처럼 비춰진다. 반면 자신의 실수로 아이를 먼저 떠나보낸 슬픔과 그걸 혼자 극복해버린 남편, 그리고 남편이 운영하는 농장에서 숨기고 있는 진실들에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그녀 앞에 다시 살아갈 의지를 불어넣어준 노아가 나타나면서 그들은 현실을 잠시 옆에 치워두고 환상적인 꿈을 꾸기 시작한다.
이 둘의 만남은 운명적이고 로맨틱해 보이지만 사실상 불순한 만남이기에 이를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낼지, 아니면 인생의 새로운 챕터로 여길지에 대해 노아와 앨리스 모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그러다 노아가 아내 헬렌을 떠나기로 결심하는데 그 이유는 앨리스를 아내보다 더 사랑해서가 아니라 앨리스가 노아를 작가로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노아는 앨리스와의 만남을 바탕으로 하는 소설을 써서 작가로 성공하게 된다. 결국 노아가 자신이 가진 여러 열등감 중 가장 큰 문제를 해결하면서 경제적인 독립과 정체성의 발견을 이뤄내어 아내를 떠날 수 있게 된 것이다. 만약 앨리스와의 만남을 글로 쓰지 않았더라면 노아는 앨리스 대신 피곤하지만 안정적인 아내를 선택했을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장면들이 불륜에는 다른 이의 등장만큼 자신이 잃어버리고 살았던 것을 되찾게 되는 부분이 크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이 작품이 불륜을 소재로 하지만 뻔 하지 않은 이유는 불륜을 괜찮아 보이게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면 각 모든 캐릭터들에게 연민의 마음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이혼을 결심한 노아와 앨리스는 각자의 가정에게 통보를 하는데 그걸 받아들이는 정반대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콜은 앨리스를 붙잡기 위해 정성을 다하고 헬렌은 바로 이혼을 통보한다. 시즌2는 본격적으로 이혼과정을 보여주는데 양육권이라던가. 주거형태, 재산문제 등 갈라선다는 쉬운 표현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복잡하고 추한과정들을 연속적으로 보여준다. 노아는 겉으로 보기에 애 넷을 버리고 도망간 남편이고, 앨리스는 아이를 잃은 슬픔을 핑계로 다른 남자와 놀아난 인물이지만 이 둘에게 알 수 없는 응원의 마음과 남겨진 헬렌과 콜에게 행복을 빌어주게 된다.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데에 다른 이들의 불행이 필수라면 당신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 글은 주로 노아의 관점에서 주로 서술되었지만 꼭 넷플릭스에서 이 작품을 다른 인물들의 관점에서 감상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