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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저럴 수 있지?

이해하면 안 되는 영역에 대하여

by 회색인간

TV에서 흉악범이 나오는 뉴스를 보거나, 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봤을 때.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어떻게 하면 사람이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지? 어쩌면 잘 못 해놓고 저렇게 당당할 수 있지? 같은 질문을 하곤 했다. 꼭 나뿐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그랬고 내가 모르는 많은 사람들도 그런 생각을 했겠지. 한참을 고민해도 도저히 모르겠는 문제였다. 아니 조금 화가 났다고, 기분이 상했다고 사람을 죽인다고? 아니 조금 자기 맘대로 안 됐다고 일을 다 저렇게 망친다고? 아니 고작 기분이 조금 상하는 정도 일일 텐데 저렇게까지 사람을 몰아붙인다고? 나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와 함께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


그러다 어느 날엔가, 사실 기억은 안 나지만 어느샌가 내 머릿속에 자리 잡은 어떤 생각? 이해? 그런 게 있다.

사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던 거다. 뭔가 무책임한 말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얘기는 아니다. 저 사람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얘기다. 다르게 얘기하자면,

저 사람을 이해하는 순간, 나도 저 사람처럼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거다

난 저렇게 행동하지 않을 테니, 저렇게 사고하지 않을 테니 저 사람을 이해할 수 없는 거다. 저 이해할 수 없는 사람과 사건이 이해되는 순간, 나도 그 사건을 일으킬 수 있는 범주의 사람이 된다는 거지.

사실 그렇지 않나, 감동적인 영화나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읽고 감동을 받거나 감정을 느끼는 건 그런 상황에 내가 처했을 때도 그렇게 느끼거나 행동할 수 있을 거라고 상상할 수 있으니까 감정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저 끔찍한 인간, 저 끔찍한 사건을 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건, 나는 저 상황에 저렇게 행동할 수 없는 거니까(않을 거니까), 내 이해의 범주를 벗어난 일이니까 그런 거다.


그렇게 생각하니 한편으론 마음이 좀 편해졌다.

세상에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 사실 그건 꼭 나쁜 쪽에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힘들게 살며 모은 전 재산을 기부하는 어르신의 이야기도, 실은 너무 감동적이지만 나는 그렇게 행동할 수 없을 테니 이해는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건 좋은 일이니까 이해할 수 없어도 좋은 일인거지.

이해할 수 없는 나쁜 일에 대해서는 이해하려고 하지 말자. 글을 읽는 당신이 이해하지 못했으면 좋겠다.

그럼 당신은 그런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이야기일 테니까.


이해할 수 없는 일을 이해하려 하지 말자. 그게 내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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