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학기에 장학금을 좀 많이 받았다. 돈이 생겨서, 친구와 대만 여행을 가기로 했다.
대만 89층의 탑 위에서 내려다본 야경은 무척이나 화려하고,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길은 반듯했고, 어둠에 덮힌 건물들은 절도있었다.
누구도 89층까지 올라와서 위를 올려다보지 않았다.
예전엔 칠흑같은 어둠이 내리면 하늘을 올려보며 별을 찾았다.
그러나 지금은 고개를 숙이고 빛들을 본다.
하늘을 올려다본들, 거기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야경을 받쳐주는 어두운 배경, 그것이 지금 밤하늘의 역할이 되었다.
그것이 쓸쓸하냐 하면, 나는 요즘사람이라 잘 모르겠다.
나는 야경이 좋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위치도 좋다.
서울에선 63빌딩 아래를 내려다보았고, 일본에선 후쿠오카 타워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어렴풋이 기억으로 남아있는, 별이 많은 밤하늘 역시 그리운 광경이다.
다만 지금 누릴 수 있는 것을, 또 다시 사라지기 전에 누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