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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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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 Dec 13. 2017

하지만 결국, 하지 않을 이야기

  문득 문득 외치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 때 나는, 고작 열 일곱살 애새끼일 뿐이었다고요! 라고.


  오래 전, 그 때의 나는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었다. 조숙한 아이의 뒤늦은 사춘기일 수도 있고, 흔한 우울증일 수도 있다. 어찌됐건, 정신적으로 건강한 상태는 아니었다. 매일 죽고 싶었으니까.

  늘 어떻게 하면 제일 깔끔하게, 한 번에 죽을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 칼로 배를 찌르면 될까. 목을 찌르면 될까. 가슴은 갈비뼈 때문에 안 될 것 같아. 뛰어내리는 건? 병신만 되고 살면 어떡하지. 손목을 그을까. 깊게 못 찌르면 아프기만 하고 안 죽는다던데. 총으로 머리를 쏘고 싶다.


  내 언행중에 그들에게 상처를 입힌 것이 있다면, 내가 쉽게 다가가지 못 한 이유가 있다면 당시 내 상태가 저랬었다고. 나에게 모진말을 한 이에게, 나를 이해해주지 못 한 이에게 혹은 내게 조금 잘해준, 미안한 이에게. 있는 힘껏 외치고 싶다.

  나를 잡아준 이를  만나지 못했었노라고. 내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본보기가 없어 방법을 몰랐노라고.  이제라도 그때의 나를 부디 이해해달라고.


  허나, 결국엔 말하지 못 할 것이다. 아니, 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나를 다 토해내고, 내보인 뒤의 감당을 할 자신이 없으므로. 그리고 이제와서 그들이 날 측은히 여기는 걸 바라지 않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지난 뒤인  지금도, 문득 잠들기 전에 울고, 지나가다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안고 산다.


  그래도 지금은 몸이 살려고 한다. 저때는 자다가 숨이 멈춰 이게 죽는거구나 싶을 때까지 숨을 쉬지 못 할때도 있었고, 생리통으로 응급실을 가기도 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음, 그래도 생리통은 여전히 고통스럽다.


  그래서 나는 고등학교 시절을 즐거이 말하는 이들이 정말 부럽다. 나는 그 시기가 불이 꺼진듯 캄캄하게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즐거운 척 노력한 고통스러운 감정만 남았다.


  갑자기 들려온 동창 소식에 나는 다시 십년을 되돌아가 울었다. 너는 여전히 잘 살고 있구나. 너희들은 계속해서 밝고 잘난 삶을 사는구나. 나는 이제야 어두운 굴을 빠져나온 기분이 든다.


  나뿐 아니라 그들도 고작 열 몇살일 뿐이었던 것을, 나는 나중에야 이해했다.

  그런데 나는, 왜 그토록 어울리지 못 했던 걸까.


  하지 않을 이야기를, 다시 곱씹어 삼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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