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휘연 Jan 30. 2023

글자라는 이상한 세계

그림책의 장점은 그 이상이다.



우리가 몹시 당연한 것들 대부분은 아이들에게 당연하지 않다. 특히 문자의 경우 인간에게 내재된 기능이 아니기 때문에 문자를 보면서 ‘이건 따로 분리해서 인식해야 하는구나’라는 것도 알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표지판이나 신호를 봤을 때 자연스럽게 그림과 글자로 나누어 읽는 어른과 달리 아이들은 그걸 한 덩어리로 인식한다.  

(어른은 손 모양과 Stop 글자를 따로 보지만 아이들에게는 팔각형 덩어리가 하나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문맹률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들이 많은 걸 보면 문자는 상당한 인식과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으면 머리가 좋아진다고 한다. 실제로 요즘 독서와 관련된 뇌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독서는 시각 정보를 담당하는 후두엽, 언어 지능 영역인 측두엽, 기억력과 사고력 등을 담당하는 전두엽과 좌뇌를 활성화한다. 책 내용에 따라선 감정과 운동을 관장하는 영역까지 활성화한다. 즉 뇌 전체를 사용하게 하는 것이다. (<역행자>, 자청, 153)


듣고 말하는 소리 언어가 뇌 속에 날 때부터 자리 잡고 있는 것과는 달리 문자를 담당하는 영역은 발달하면서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이 덕분에 뇌 안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성장하게 된다. 하지만 그만큼 시간이 걸리고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미 보면 저절로 읽히는 문자 인식을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접하게 해 주면 좋을까? 많은 부모들이 ‘한글을 뗀다’는 개념을 알고 알고 있다. 한글을 읽고 그 내용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다. 언제 하면 좋을지는 개인마다 다른 의견을 가지겠지만, 그 방법에 대해서도 많은 이들이 고민한다. 통문자로 가르친다던지, 놀이식으로 자연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던지, 혹은 파닉스로 알파벳을 하나하나 알려준다던지 다양한 방식을 활용한다. 하지만 글을 읽게 하는 과정 전에 이루어져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문자 자체에 대한 인식이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줄 때 문자를 읽을 수 있는 우리는 그림과 글 부분을 분리해서 인식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눈에 보이는 그 장이 전체 한 덩어리로 보인다. 여기는 그림이라는 부분, 저기는 내용을 전달하는 글이라는 걸 인식할 틈도 없이 이미 파악하고 있다. 여기서 그림책을 읽어줘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바로 그림이라는 부분이 있고 글이라는 부분이 따로 있으며, 그걸 알아차리고 읽을 줄 알면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는 문자 개념을 알 수 있게 도와준다. 

  아이들과 책을 읽을 때 저절로 손으로 글자를 짚는 경우도 있고, 읽으면서 그림을 짚어 주는 경우도 있다. 이런 동작들에 의도가 있든 없든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그 손가락을 따라다니게 된다. 그 과정에서 저 부분을 읽고 있는 거고 그 내용이 지금 그림으로 그려져 있는 거라는 걸 알게 되는 것이다. 


  그다음으로 아이들이 인식하는 것은 바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문자를 읽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림에서도 그런 경우들이 있다. 너무 당연해서 우리는 알아차리지도 못하지만 우리는 책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넘어가면서 읽고 글자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흐른다는 걸 알고 있다. 심지어 글자를 쓸 때도 우리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순서가 정해져 있다. 물론 이것은 문화마다 다르기 때문에 어떤 언어로 어떤 문화의 책을 읽어 주느냐에 따라서 아이가 거기서 쓰는 문자의 방향을 인식하게 된다. 이 흐름은 중요한데, 그 문화에서는 자연스럽게 일의 순서나 흐름이 문자의 흐름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그림책 책장을 언제 넘기게 되는지와 같은 언어감을 익히게 된다. 물론 이는 그림책에서 그림을 읽어내는 능력과도 관련이 있다. 글을 짚으며 읽어주게 되면 그 내용과 함께 있는 그림이 얼마큼의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파악한다. 그와 동시에 글이라는 영역을 인식하면서 읽어주는 양과 쓰여 있는 양을 비례해서 알 수 있다. 물론 손가락으로 짚어주면서 읽게 되면 언제 끝나는지 알게 되는 것도 물론이고 읽는 속도와 함께 담긴 내용의 양도 파악한다. 그렇게 언제 책장을 넘길지 알게 되면서 글이 분량과 담고 있는 내용의 양, 그리고 그 내용을 담아내고 있는 그림을 읽어내는 능력까지 키울 수 있게 된다. 


  아이들의 독서와 관련해서 이 글자에 대한 인식, text concept는 중요하다. 그림책을 읽어줘서 얻을 수 있는 책을 좋아하게 되고, 아름다운 그림을 감상하고, 감정을 교류하는 등 알려져 있는 장점들이 많다. 여기에 따로 인식하며 학습해야 하는 부분인 문자에 대한 인식을 넓힐 수 있다는 큰 수확도 있다. 다행히 위대한 세종대왕 덕분에 우리 한글 학습은 크게 어렵진 않지만, 그 기반이 될 문자 개념을 자연스럽게 알려 주기에는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 

작가의 이전글 아이에게 책 읽어 주지 마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