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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연 Jan 22. 2023

아이에게 책 읽어 주지 마세요

shared book reading

  당신은 책 읽어주는 엄마인가? 아이를 낳고 나면 책을 원래 읽던 엄마든 아니던 많은 이들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다. 나 또한 이전까지는 그다지 꾸준히 책을 읽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아이를 낳고는 집에 책이 증식하고 있다. 내 책이든, 아이 책이든. 아이를 낳기 전부터 태교로 읽어 주면 좋다고 해서 그림책이나 태교책들을 도서관에서 빌려와 읽어주곤 하였다. 아예 습관이 되어서 지금까지 쭉 읽어주고 있고 아이도 당연하게 여긴다. 소리 내어 읽어주기가 아주 당연해진 상황이다. 그 시간 동안 자연스럽게 아이가 말하는 걸 듣기도 하고, 엄마로서 강조하고 싶거나 알려주고 싶은 것들을 다른 방식으로 읽어주기도 한다. 얼마나 귀중한 시간인가! 아빠도 함께 해주었기에, 책을 안 읽고 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더이상 책을 읽어 주지마라! 단순히 reading aloud 를 하지 말라. 소리 내어 읽어주기만 하는 시간은 미뤄두어도 좋을 것 같다. 능동적으로 아이에게 읽어주기만 하는 엄마의 역할은 이제 끝내자. 수동적으로 엄마가 읽어주는 내용을 듣기만 하는 아이를 가엽게 여기자. 단순히 읽어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읽어야 한다. 의도적으로 reading aloud가 아니라 shared book reading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처럼. 책 읽는 경험을 공유하는 거다. 아이들이 읽어주는 걸 듣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그냥 읽어 줄 게 아니라 반드시 아이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함께’ 읽어야만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소리 내어 읽기(reading aloud)라는 용어 대신에, 의도적으로 함께 책 읽기(shared book reading)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이는 부모가 자녀에게 이야기책을 그냥 읽어 줄 때보다는 부모와 자녀가 상호작용하면서 함께 책을 읽을 때 더 많이 배운다는 좋은 증거가 있기 때문이다. 즉, 성인 독자가 개방적 질문을 하거나 그림을 가리키고 중요하거나 흥미 있는 지점을 갖고 대화하기 위해 책 읽기를 중단하는 것이 아동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중략) 읽기 과정에서 부모의 따뜻하고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경험하나 아동이 더 차갑거나 교정적인 경험을 한 아동보다 더 많은 헤택을 입는다. 다시 말해, 가정 내 함께 책 읽기의 질은 그 양만큼이나 중요하다.  (<독서심리학>, 폴라 J. 슈와넨플루겔, 낸시 플래너건 냅, 52)



  그림책을 읽으면서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게 사실 더 어렵긴 하다. 특히 표현을 많이 하거나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은 중간 중간 질문도 하고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 때 어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질문을 하고 어떤 단어를 사용하고 어떤 점을 주목 하는지를 익힌다. 뿐만 아니라 이 과정을 통해 사고력이 성장하는 이점도 있다. 그림책을 읽어주기’만’해도 얻을 수 있는 책의 장점은 - 상상력, 창의성, 독해 능력 향상 -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버스와 마리누스 반 아이젠도른(Marinus van IJzendoorn)의 연구. 규칙적으로 상호작용하는 함께 책 읽기를 경험한 아동은 이해 어휘력과 표현 어휘력이 훨씬 더 커진다. (<독서심리학>, 폴라 J. 슈와넨플루겔, 낸시 플래너건 냅, 53)



  아이 수준으로 쓰여져 있는 책을 더 넓게 확장해주는 것이 바로 어른의 역할이다. 말로 하거나 글로 쓸 때 직접 사용하는 표현 어휘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지 않지만 듣거나 읽어서 그 의미나 용법을 이해하는 이해 어휘로 확장되는 것이 가능하다. 이 이해 어휘를 확장할 수 있는 것이 책을 읽으며 상호작용함에 있어 가장 큰 장점이다. 단순 영상물 수동 시청으로는 거의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그리고 어휘는 읽기 능력의 아주 중요한 핵심 요소임은 당연하다.


  물론 모든 걸 차치하고 ‘함께 책 읽기’를 하면 주양육자와 감정을 주고 받으며 포근하고 안락한 경험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는 인생의 큰 양식을 얻게 된다. 분명히 함께 책을 읽는 시간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 그러니 부디 천권읽기와 같은 숫자에 집착하는 책 읽어주기 혹은 책 읽히기에 현혹되지 않았으면 한다. 아주 얇은 책 한 권을 읽어도, 그 한권을 20~30분에 걸려 읽는다 하더라도 아이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나누는 경험을 가졌으면 한다. 아이에게 평생의 씨앗이 될 다정함과 따뜻함을 심을 수 있는 시간이다. 


  아이가 읽고 싶어 하는 책 한 권, 포근한 엄마 품 혹은 옆자리, 그걸로 모든 게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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