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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연 Mar 19. 2023

웹툰과 드라마에서 호흡을 고르다

(feat. 청춘블라썸, 더 글로리)

이번 주말(23.3.18~19) 토요일은 웹툰 <청춘 블라썸>을, 일요일에는 드라마 <더 글로리>를 끝냈다. 토요일엔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 무거운 주제라 미뤄뒀더니 어느새 완결이었다. (<청춘 블라썸> 웹툰은 4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고 여기서는 마지막 <동채의 꽃> 편을 말한다.) 천천히 보자 하고 하나씩 보다 보니 어느새 몰입해 끝까지 다 봤다. 눈물 콧물 흘려가며. 금요일, 오래간만에 찾아온 숨 쉴 여유에 나도 모르게 <더 글로리>를 재생해 버렸고, 역시나 중간에 멈추지 못하고 일요일 오전까지 다 봤다. 마찬가지로 눈물 콧물 흘려가며. 둘 다 학교폭력이 주제였고, 피해자들의 안타까운 모습에 광광 울었다. 


  우는 것이 감정 해소에 좋은지 아닌지에 관해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정확히 증명하지는 못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울고 나면 기분이 나아지는 경우가 많고, 종종 얹힌 것 같았던 마음이 탁 풀리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 우는 행위가 실제로 내 개인의 문제인지 아닌지와는 상관없이 일단 울게 되면 말이다. 나 또한 그런 믿음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이틀을 연달아 울고 나니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 3월 내도록 답답하고 머릿속이 웅웅 울리는 느낌에, 한없이 작아지고 삐뚤어지더니 이틀을 내리 좋아하는 작품들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더니 마음이 좀 풀어진 것 같다.



  새해가 되고 또다시 의욕이 앞서서 나를 몰아붙인 건 아닐까?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넌 늘 부족하니 채우고 또 채워라! 라며 몰아세우기만 했던 게 아닐까? 


책도 200권 채우고! 
허리 디스크 또 도질 것 같으니 걷기 운동부터 시작해!
다이어트 좀 하고!
전공 분야도 더 갈고닦고! 
애 초등 입학 했으니 적응도 잘 시키고! 
밥도 좀 잘 해먹이고! 
영어 수업 홍보도 잘하고 더 신경 써서 수강생도 더 모으고! 
인플루언서라는 타이틀만 있지 전혀 영향력 없으니 그것도 좀 신경 쓰고! 
다 하면 되지! 왜 못해?! 해! 해!!


라며 닦달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하지 않으며 스스로를 혼낼 구실을 만들어 준다. 


으이구 웹툰이나 보고 있으니까 그렇지.
으이구 그걸 못 참고 또 먹고 있으니까 그렇지.
으이구 그 영상을 도대체 왜 보고 있니.


결국, 네가 그렇지 뭐.로 귀결되는 내 평생 날 족쇄처럼 옭매는 문장.



  3월 내도록 평생 휘둘린 망령에 굴복했다가 어제, 오늘 이틀 동안 즐겁게 몰입도 하고 많이 울기도 했더니 제대로 휴식을 취한 것 같다. <그릿>을 읽으면서 비관론자는 안 된다고, 그릿이 없는 나는 이미 망했다고, 몰아세우는 문장들에 생채기가 난 내 마음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 기대어 쉴 수 있게 만들었다. 실제로 어제 <청춘 블라썸>을 읽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하고, 지키려고 하고, 채워주려고 하고, 도와주려고 하는 아이들이 따숩고, 다시 힘내는 피해자인 동채의 모습에서 나 또한 힘을 낼 여지를 보았다. <더 글로리>를 보며 이 세상에 그 어떤 것도 자신들을 지옥에 내던지지 못하게 복수하는 동은, 여정이 내가 나를 지옥에서 꺼낼 수 있는 ‘선배’가 되었다. 결코 두 작품 다 마냥 밝거나 아름답게만 볼 수는 없다. 추악한 인간 본성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에게 손 내밀어주었던 많은 어른들에 대해 깨달은 동은처럼, 자신만 가만히 있으면 주변인들을 지킬 수 있을 거라 믿었지만, 모두가 자신을 지켜 주고 있었다는 걸 깨달은 동채처럼 나 또한 깨달을 것들이 많았다. 


  울어서인지, 이번달 놀만큼 놀아서인지, 정말 작품이 좋아서인지, 이제까지 부지런히 써온 멋짐일기와 감사일기 덕분인지, 어떤 상황에도 놓지 않는 책 덕분인지 아니면 이 모든 것들이 다 한 번에 작용해서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가. 이제껏 살아온 내 모습이 오늘의 나를 지금 이 순간의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박연진의 엄마 홍영애가 말한 것처럼 답은 뒤에 있지 않고 앞에 있으니까. 뒤를 돌아보고 오늘을 토닥이고 내일을 걸어갈 힘을 얻은 이틀이 되었다. 

  내일은 다시 걸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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