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휘연 Jun 08. 2021

나무가 자라듯 나도 자란다

[마음맑음] 내가 읽고 또 읽는 이유

부모의 역할을 어디까지라고 봐야 할까요? 우리 세대의 많은 부모님들이 그저 밥 안 굶기고 기본적인 의식주만 해결하면, 할 도리를 다 했다 생각하시곤 했죠. (물론 아닌 부모님들도 많았겠지만, 내가 엄마가 되고 나니 그 시기에 엄마표로 아이들에게 뭐든 해주시고자 하신 분들이 있다는 게 놀랍더군요.) 지금은 어떨까요?

나는 왜 심리학에 이리 파고들며 성장에 집착하고, 미친 듯이 책을 읽을까 고민했습니다. 이 성격 파탄을 이해하기 위해 심리학을 공부하고자 했고, 독서는 그저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었던 거라고 치부하기도 했죠. 아직 내가 얕구나, 전체를 볼 수 있으려면 멀었구나를 여러 모임을 통해 알게 되면서 조금은 회의감이 드는 시기였어요. 그래서인지 집단 상담을 이끌어 주는 선생님의 말씀이 심장 어딘가에 들러붙었습니다. 너무 감동적이어서 가슴이 먹먹하고, 나 자신을 조금이라도 더 사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죠.




우리가 심리를 공부하며, 영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이유는 그 어떤 이유보다 더 깊이 보고 싶은 갈망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무엇을 볼 지는 선택의 문제겠지요. 하지만 그 선택 후 얼마나 깊이 볼 수 있는지는 열심히 미리 갈고닦지 않으면 힘들어요. 편하게 살 수 있지만 종종 살다 보면 더 깊고 험한 문제에 치이기도 하니, 미리 대비하는 예방책이 되지요. 이는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한 혜택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는 어떨까요?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잘 뒷받침해줄 수 있다면 아이의 행복은 당연히 따라오지 않을까요? 하지만 그 정신적인 성장은 무엇이고, 어떻게 뒷받침해줄 수 있을까요? 다른 측면은 눈에 띄기에 지켜보고 보호해주고 지지해줄 수 있습니다. 부족하면 충족시켜 주고, 넘친다면 조절해줄 수 있죠. 하지만 아이 내부의 정신적인 성장은 눈에 보이지도 구체화시킬 수도 없습니다. 내가 성장한다는 것이 뭔지도 모르고 성장할 수 없는 것처럼 아이도 똑같은 상황으로 성장하지 못한다면 어떨까요? 모르는 게 약이라고,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르겠어요. 서로가 언제나 늘 똑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으니까요. 하지만 종종 부모가 도와주지 않아도, 기특한 우리 아이가 알아서 성장하고 있다면요? 아무도 도와주는 이가 없으니 아동바동 열심히 고군분투하면서 말이죠. 아이가 어느 순간 더 영적으로 성장하면 부모인 나는 어떻게 될까요? 일단 부모지만, 아이가 성장하고 있다거나 성장했다는 걸 알 수 없을 거에요. 그런 부분을 올려다 볼 수도 없을테니까요. 심지어 아이의 눈에는 내가 어린아이로 보일지도 모르죠. 뭘 모르는 어린아이. 그것도 나이가 아주 많은 어린아이. 부모가 어린아이의 모든 것을 챙기듯, 돌봐주어야 할 것들이 눈에 띄지만, 자식으로서 부모에게 그리 해 줄 수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은 어린아이같은 존재. 바로 짐이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부모가 먼저 지속적으로 여러 방면에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내 아이보다 언제나 더 성장해 있을 수 있다면 그만큼 좋은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인생을 살면서 아이가 겪어야 할 험난한 내적 고통을 해결해 주진 못해도 이해하고 받아주고 지지해줄 수 있다면 그 아이는 좋은 부모를 가진 이일 것입니다. 그 아이의 성장과 행복은 말할 것도 없죠. 만약 아이와 부모가 성장 수준이 비슷한 상황이라면? 적어도 아이와 동등한 입장에서 성장한다면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이끌어 주지는 못해도 서로를 북돋우며 함께 걸어갈 수는 있을 거에요. 소통 가능한 성장 동료가 될 테니까요.

내가 책을 미친 듯이 읽고, 주변 그 누구도 관심 갖지 않는 심리학에 이리 몰두하는 이유는 어쩌면 이러한 배경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싶더군요. 오히려 책 밖에 없어서, 내가 기댈 곳이라고는 책 밖에 없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와서 그런 부모를 만들 수도 만날 수도 없고, 나이만 많은 어른이 아닌, 진정 큰 사람을 찾는 것도 어려우니까요.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며 내가 불쌍하면서도, 그나마 이렇게 기댈 곳을 찾아 몰두하는 모습이 자랑스럽기도 했습니다. 처음으로 책 읽는 내가 진정으로 자랑스러웠습니다. 외적으로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한 욕구 해소만을 위한 책 읽기가 아니라는 걸 온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죠.




나무는 단 한순간도 성장하지 않는 순간이 없습니다. 성장하지 않는 나무는 죽은 나무입니다. 마찬가지로 성장하지 않는 삶은 퇴화하는 삶일 수밖에 없죠. 모두 살아 있다면, 숨을 쉬고 있다면 성장하고 있는 중입니다. 우리는 성장하고 있는 중입니다. 성장하지 않는 사람은 죽은 사람입니다. 적어도 성장하려고 발버둥 치고 있는 나는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흙 구덩이에 내동댕이 쳐지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