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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억대 연봉이 오분의 일 토막이 나더라도

    사진일을 하고 있으니 사람들로부터 사진작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을 왕왕 받는다. 대학생도 있고, 멀쩡한 회사를 잘 다니고 있는 사람도 있다. 나이가 지긋한 분도 계신다.


    근데 사진작가란 뭘까. 대학교 전공수업 때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점이 뭐라고 생각하나.”


    우린 대답했다. 어떤 일을 전문적인 수준으로 잘하면 프로, 잘하지 못하면 아마추어 아닌가요.


    “틀렸네. 어떤 일을 먹고살기 위해 전업 삼아 하면 프로, 취미로 하면 아마추어네.



로베르 두아노, 시청 앞에서의 키스(파리, 1969)


    생업전선에 뛰어들고 나니 정말 그랬다. 밥 벌어먹고 산다는 숙제를 사진으로 풀면 사진작가다. 이 길을 포기하지 않고 씨름해야 한다. 이게 사진작가란 무엇일까 하는 문제의 필수조건이었다. 사진이 쉬는 날 하는 취미여서도 안되고, 용돈벌이 수단이어도 안된다. 사진 하는 일을 멈추면 당장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이들이 프로 사진작가다.


    10년쯤 전에 억대 연봉을 포기하고 우리 회사에 사진을 하겠다고 지원했던 분이 계셨다. 디스플레이 개발자였다. 


    “주위에서 얼마나 만류를 했겠어요. 안 봐도 알 것 같네요. 그래서 저흰 말리지는 않겠습니다. 사진작가가 겉으로는 화려해 보여도 사실 얼마나 힘든지 같이 겪어보자고 하고 싶습니다. 같이 일해 보시죠.”


    그 분하고 한동안 같이 일했다. 사진을 처음 배우면 허드렛일부터 시작하기 마련인데 그이는 빼는 일이 없었다. 나이도 많아서 열다섯쯤 되는 구성원 중에 위에서 두 번짼가 그랬는데 제일 일찍 출근했다. 고된 일이란 증명일까, 사진 스튜디오에서는 보통 커피를 많이 마셔서 설거지 거리가 항상 쌓인다. 먼저 출근하면 그것부터 씻었다. 그이는 허드렛일에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설거지를 했다. 



스튜디오에 붙어있던 포스터


    사진 배우는 게 너무 재밌다고 했는데, 특히 조명 다루는 것을 좋아했다. 작가들이 촬영하고 있으면 눈빛이 초롱초롱해지는 게 아마 속으로 조명의 위치와 방향을 새기고 있는 게 분명했다. 디스플레이 개발할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하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형수였다. 아침에 출근했는데 눈이 퀭해져서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온 걸 왕왕 봤다. 형수와 다퉜다는 얘길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했다.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눈치였다.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아마 형수가 이 일을 하는 걸 백 퍼센트 지지해주진 않았던 것 같다. 충분히 이해한다.


    결국 일을 관두고 간간히 연락하다가 서로 사는 게 바빠서 소식이 끊겼는데, 지금도 사진 일을 계속하는지 모르겠다. 마지막 연락하던 시절에, 디스플레이 개발 업계에 다시 이력서를 넣고 있다고 했다. 사진이 너무 하고 싶었던 그 마음도, 사진을 포기해야 할 것 같던 그 마음도 모두 알 것만 같다. 그 마음을 생각하면 찡한 게 올라온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생-라자르 역 뒤에서(파리, 1932)


    사진작가가 되려면 참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 직업이 잘못된 직업이라서가 아니다. 일만 놓고 보자면 굉장히 재밌고 매력 있다. 업무에는 중독성도 있다. 그러나 밥을 버는 문제는 다르다. 시장이 작다. 솔직히 말해, 열심히 한다고 다 먹고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직업적 만족감을 훌륭히 유지해 나가는 것도 어렵다. 도제(徒弟) 형식으로 오래 이어져 내려온 이 업계가 조금씩 도의(道義)를 갖추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있다. 쉽지 않다.


    그래도 나는 한 번도 사진작가가 된 것을 후회해 본 일이 없다. 찍은 사진이 마음에 안 들어 찢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어 고통스러울 때가 있다. 그런데 어느덧 그 통감을 즐기고 있다. 그래서 어제보단 덜 미운 사진을 오늘 찍게 된다. 내일은 더 나아질 거란 희망도 살짝 보인다. 이 통감을 즐길 수 있느냐가, 내가 사진작가가 되는데 적합한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이다.


    그런 인고의 과정 중에 때로는 많은 이들이 좋아해 주는 결과를 출산하기도 한다. 이 기쁨은 다른 데 비할 바가 아니다.


    그래서 보통 이 세 가지 각오를 이야기한다.


    첫 번째, 사진으로만 먹고 살 각오를 해야 한다. 

    두 번째, 업계의 비합리를 겪더라도 지지 않을 각오를 해야 한다. 

    세 번째,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본인 사진에 대한 불만족이 주는 통감을 즐길 각오를 해야 한다.


    사진업계의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서 이 세 가지 각오에 준 힘을 풀지 않고 견디다 보면 어느 날 사람들은 우리에게 ‘사진작가 OOO’라고 불러주기 시작하는데, 그 말이 그렇게 달콤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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