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르미 Sep 07. 2021

<지구 끝의 온실> 책리뷰

베스트셀러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작가 첫 장편소설

























요즘 한국에서는

sf 소설이 인기다.




그리고 이 sf 소설의 인기 중심에는

sf 소설가 김초엽이 있다.

포항공대를 졸업한 눈부신 이력을

자랑하는 그녀는,

몇 년 전 sf 소설상 몇 개를

차례로 수상하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서

그 인기를 이어나갔다.






<지구 끝의 온실>은

그런 김초엽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원래 '밀리의 서재' 오리지널로

작년에 처음 선보인 이 소설은

최근 종이책으로 재출간되어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다.

밀리의 서재로도 읽을 사람이

꽤 많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종이책이 그만큼 많이 팔렸다는 것은

그녀의 인기를 확실히 증명하는 것 같다.

(참고로 종이책을 읽어보신 분들에 의하면

종이책과 밀리의 서재 버전은 좀 다르다 해요 ㅎㅎ)


 ***아래부터는 약간 스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작가




줄거리




소설 리뷰를 쓰다 보면

작가의 인터뷰를 찾아보는 편이다.





김초엽 작가의 책 리뷰는

이번이 두 번째라,

이번에도 역시 <지구 끝의 온실>

에 대한 인터뷰를 찾아보았다.

이전 단편집 인터뷰때도 느꼈지만

김초엽 작가는 뭐랄까,

때가 묻지 않은 맑은 순수함 같은 게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마음이 소설 속에 이어지고,

그 마음에 독자가 공명하고 마는 것.




"우리는 인간이 지구를

지배한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지구의 미래를 위해서는

인간이 아닌 존재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새삼스럽게 생각하게 됐어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 중에서-




sf 소설 작가들은 환경문제,

특히 환경과 인간의 공생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

김초엽 작가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환경오염과 기후 문제,

그리고 거기에서 더 나아가

장애와 차별, 기계와의 공생 같은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룬다.






이런 생각은 <지구 끝의 온실>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이 소설은 인간의 탐욕 때문에 망한

지구가 배경이다.

마치 허리케인처럼, 죽음에 이르게 하는

먼지 더스트로 인해

몇 년 동안 인구의 87% 정도가

사망하게 된다.

생존자들은 도시에 커다란 돔을 만든다.

하지만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늘 한계가 있기에,

사람들은 서로를 죽이면서

생명을 이어나간다.





이런 도시의 돔 바깥에는

돔에서 살지 못한 사람들이

작은 공동체를 만들게 된다.

소설은 이 공동체에 관한 이야기로,

온실 속에서 식물을 키우는 식물학자와

이를 둘러싼 사건들을

주로 회상 형식으로 이어나가고 있다.





식물이 주인공




사실 이 소설은 주인공이 딱

누구라고 말하기 애매하다.

회상과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오락가락하면서

매번 주인공이 바뀌는 느낌이다.





하지만 주인공을 사람이 아니라

식물과 기계까지 확장시키면

주인공은 확실하다.

바로 멸망 직전까지 간 지구에서

살아남은 식물,

모스바나다.





"모스바나는 생존과 번식,

기생에 특화된 식물이지요.

악착같이 살아남고,

죽은 것들을 양분 삼아 자라나고,

한번 머물렀던 땅은

엉망으로 만들어버리고,

한자리에서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멀리 뻗어나가는 것

삶의 목적인...


어떻게 보면 그 자체로

더스트를 닮은 식물이에요."





모스바나는 이렇게 파괴된 지구에서

홀로 살아남아 번식한다.

이 모스바나는 한때 약용식물,

즉 더스트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기도 했지만

그 효과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모스바나는

한때 지구 전체를 뒤덮을 정도로

왕성한 번식력과 생명력을 자랑했다.





그런데 이러한 모스바나는

우연히 생긴 걸까?

아니면 누군가가 만들어낸 걸까?






인간을 살려야 할까?




사실 이 모스바나를 만들어낸 건

식물학자 레이첼이다.

그녀는 작은 공동체 속에

식물이 가득한 온실을 만들어

그곳에서 실험하며 식물을 키운다.





하지만 이 식물학자는

좀 독특하다.

먹고사는 문제가 힘든 상황에서

지구의 재난 상황은 중요하지 않다는 듯

오로지 온실 속에 처박혀

식물만을 키우고 연구한다.

그리고 아무도 알지 못한다.

레이첼이 식물 연구를 통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지수가 보는 식물학자 레이첼은

오직 자신과 식물들만

존재하는 세계에 있었다.

..레이첼이 더스트 저항종 식물들을

연구하는 이유는

그것으로 무언가 이루려는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그것을 할 수 있어서

하는 것처럼 보였다.



레이첼은 다음 단계로

무엇을 원할까?






레이첼은 훌륭한 식물학자였다.

그녀는 자신이 원한다면

인류의 구원자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정보도 있고 능력도 있었던 것.

하지만 그녀는 그걸

원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식물 연구만

계속해나갈 뿐이었다.








<지구 끝의 온실>은 환경파괴라는

재난상황을 다루면서

인간의 잔혹함에 대해 말한다.





"돔 시티는 최악의 인간들을

모아둔 곳이었지.

이렇게 살아남을 바에는

세계가 전부 망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 많았어."






기후 파괴 속에서 살아남은 건

최악의 인간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한정된 자원을 두고

사람들을 돔 시티 밖으로 밀어내거나

혹은 죽였으며,

더스트에 저항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여러 실험을 진행하기도 했던 것.





하지만 그런 인간들 속에서도

식물들은 살아남아

제 의도와 전혀 다른 존재가 되었다.

환경에 적응한 식물, 모스바나는

더 멀리 퍼져나가면서

더스트의 영향력을 줄여나갔지만,

사실 식물에게는 인간을 구하겠다는

원대한 계획 따위는 없었다.

단지 더스트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들의 생존 전략이었던 것.





"수십 년 후 정말 인간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이 지구를 구한다면

어떻게 될까 역으로 생각해 봤어요.



처음 떠올린 건 결국 온실

세상을 지킨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지구 끝의 온실'이란 제목도

구상 초기에 바로 만들었어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 중에서-







우리는 인간이
지구를 지배한다 생각하죠.
하지만 지구의 미래를 위해서는
인간이 아닌 존재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해요.




그녀의 따뜻한 관심이 녹아든

첫 장편 sf 소설

<지구 끝의 온실>은

sf 소설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도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요즘 읽을만한 책이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변화를 겪고 있는

지금의 우리에게,

지구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무엇인지 말해주는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일년에 5백권의 책을 읽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