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작가 첫 장편소설
그리고 이 sf 소설의 인기 중심에는
sf 소설가 김초엽이 있다.
포항공대를 졸업한 눈부신 이력을
자랑하는 그녀는,
몇 년 전 sf 소설상 몇 개를
차례로 수상하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서
그 인기를 이어나갔다.
<지구 끝의 온실>은
그런 김초엽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원래 '밀리의 서재' 오리지널로
작년에 처음 선보인 이 소설은
최근 종이책으로 재출간되어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다.
밀리의 서재로도 읽을 사람이
꽤 많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종이책이 그만큼 많이 팔렸다는 것은
그녀의 인기를 확실히 증명하는 것 같다.
(참고로 종이책을 읽어보신 분들에 의하면
종이책과 밀리의 서재 버전은 좀 다르다 해요 ㅎㅎ)
***아래부터는 약간 스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소설 리뷰를 쓰다 보면
작가의 인터뷰를 찾아보는 편이다.
김초엽 작가의 책 리뷰는
이번이 두 번째라,
이번에도 역시 <지구 끝의 온실>
에 대한 인터뷰를 찾아보았다.
이전 단편집 인터뷰때도 느꼈지만
김초엽 작가는 뭐랄까,
때가 묻지 않은 맑은 순수함 같은 게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마음이 소설 속에 이어지고,
그 마음에 독자가 공명하고 마는 것.
"우리는 인간이 지구를
지배한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지구의 미래를 위해서는
인간이 아닌 존재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새삼스럽게 생각하게 됐어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 중에서-
sf 소설 작가들은 환경문제,
특히 환경과 인간의 공생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
김초엽 작가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환경오염과 기후 문제,
그리고 거기에서 더 나아가
장애와 차별, 기계와의 공생 같은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룬다.
이런 생각은 <지구 끝의 온실>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이 소설은 인간의 탐욕 때문에 망한
지구가 배경이다.
마치 허리케인처럼, 죽음에 이르게 하는
먼지 더스트로 인해
몇 년 동안 인구의 87% 정도가
사망하게 된다.
생존자들은 도시에 커다란 돔을 만든다.
하지만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늘 한계가 있기에,
사람들은 서로를 죽이면서
생명을 이어나간다.
이런 도시의 돔 바깥에는
돔에서 살지 못한 사람들이
작은 공동체를 만들게 된다.
소설은 이 공동체에 관한 이야기로,
온실 속에서 식물을 키우는 식물학자와
이를 둘러싼 사건들을
주로 회상 형식으로 이어나가고 있다.
사실 이 소설은 주인공이 딱
누구라고 말하기 애매하다.
회상과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오락가락하면서
매번 주인공이 바뀌는 느낌이다.
하지만 주인공을 사람이 아니라
식물과 기계까지 확장시키면
주인공은 확실하다.
바로 멸망 직전까지 간 지구에서
살아남은 식물,
모스바나다.
"모스바나는 생존과 번식,
기생에 특화된 식물이지요.
악착같이 살아남고,
죽은 것들을 양분 삼아 자라나고,
한번 머물렀던 땅은
엉망으로 만들어버리고,
한자리에서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멀리 뻗어나가는 것이
삶의 목적인...
어떻게 보면 그 자체로
더스트를 닮은 식물이에요."
모스바나는 이렇게 파괴된 지구에서
홀로 살아남아 번식한다.
이 모스바나는 한때 약용식물,
즉 더스트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기도 했지만
그 효과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모스바나는
한때 지구 전체를 뒤덮을 정도로
왕성한 번식력과 생명력을 자랑했다.
그런데 이러한 모스바나는
우연히 생긴 걸까?
아니면 누군가가 만들어낸 걸까?
사실 이 모스바나를 만들어낸 건
식물학자 레이첼이다.
그녀는 작은 공동체 속에
식물이 가득한 온실을 만들어
그곳에서 실험하며 식물을 키운다.
하지만 이 식물학자는
좀 독특하다.
먹고사는 문제가 힘든 상황에서
지구의 재난 상황은 중요하지 않다는 듯
오로지 온실 속에 처박혀
식물만을 키우고 연구한다.
그리고 아무도 알지 못한다.
레이첼이 식물 연구를 통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지수가 보는 식물학자 레이첼은
오직 자신과 식물들만
존재하는 세계에 있었다.
..레이첼이 더스트 저항종 식물들을
연구하는 이유는
그것으로 무언가 이루려는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그것을 할 수 있어서
하는 것처럼 보였다.
레이첼은 다음 단계로
무엇을 원할까?
레이첼은 훌륭한 식물학자였다.
그녀는 자신이 원한다면
인류의 구원자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정보도 있고 능력도 있었던 것.
하지만 그녀는 그걸
원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식물 연구만
계속해나갈 뿐이었다.
<지구 끝의 온실>은 환경파괴라는
재난상황을 다루면서
인간의 잔혹함에 대해 말한다.
"돔 시티는 최악의 인간들을
모아둔 곳이었지.
이렇게 살아남을 바에는
세계가 전부 망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 많았어."
기후 파괴 속에서 살아남은 건
최악의 인간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한정된 자원을 두고
사람들을 돔 시티 밖으로 밀어내거나
혹은 죽였으며,
더스트에 저항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여러 실험을 진행하기도 했던 것.
하지만 그런 인간들 속에서도
식물들은 살아남아
제 의도와 전혀 다른 존재가 되었다.
환경에 적응한 식물, 모스바나는
더 멀리 퍼져나가면서
더스트의 영향력을 줄여나갔지만,
사실 식물에게는 인간을 구하겠다는
원대한 계획 따위는 없었다.
단지 더스트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들의 생존 전략이었던 것.
"수십 년 후 정말 인간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이 지구를 구한다면
어떻게 될까 역으로 생각해 봤어요.
처음 떠올린 건 결국 온실이
세상을 지킨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지구 끝의 온실'이란 제목도
구상 초기에 바로 만들었어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 중에서-
우리는 인간이
지구를 지배한다 생각하죠.
하지만 지구의 미래를 위해서는
인간이 아닌 존재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해요.
그녀의 따뜻한 관심이 녹아든
첫 장편 sf 소설
<지구 끝의 온실>은
sf 소설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도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요즘 읽을만한 책이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변화를 겪고 있는
지금의 우리에게,
지구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지 말해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