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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르미 Sep 0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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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카타의 세 사람>을 읽고




















이 소설 장르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일단 분류는 스릴러소설로 되어 있지만, 정치와 사회의 차별적 요소가 가득 담겨있는 이 책은 읽어나갈 수록 섬뜩해진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 하는 생각 때문이다.



<콜카타의 세 사람>은 세 사람이 주인공이지만, 20대 초반의 무슬림 인도 여성이 주인공이라 봐도 무방하다. 나머지 2사람은 그녀와 연관되어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녀가 연루된 사건에 따라 이 둘의 운명이 바뀌게 되기 때문이다.



소설가 마거릿 애트우드나오프라 윈프리가 강력 추천했고 출간 즉시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한 이 소설은, 배경이 인도이기도 하고 저자 역시 인도계 유학생 출신인지라 '차세대 줌파 하라리'로 인정받았다. 저자 메가 마줌다르는 하버드에서 사회 인류학을 전공한 사람답게, 인간과 사회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 같이 느껴졌다.




저자 메가 마줌다르




줄거리




인도의 콜카타에서 치명적인 열차 폭탄 테러가 발생한다. 그 배후에는 테러리스트들이 있지만 그들은 모두 도망가서 경찰은 잡지 못한다.



22살의 가난한 무슬림 여주인공은 페이스북에서 관심을 얻고자 테러에 대한 사소한 글을 쓴다. 그런데 그 글은 엉뚱하게도 그녀를 테러리스트로 몰고 가게 되어 그녀는 감옥에 갇히고 만다.



이런 그녀를 돕고자 했던 사람과

오히려 테러리스트로 몰고 갔던 사람이 있었다.



그런 그녀를 돕고자 했던 사람은 배우 지망생 트랜스젠더다. 그녀에게 영어를 배운 소중한 인연이 있었던 것. 반면 그녀를 테러리스트로 몰고 간 사람은 그녀의 학생 시절 체육 선생이다. 그는 그녀가 학생 때도 성실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 그런 그는 그녀의 반대편에 서고, 또 우연의 기회로 인해 정치가의 길을 걷게 된다.




그녀에게 불리한 여론,

그녀의 소수자 위치.



그렇다면 그녀는 과연 혐의를

벗을 수 있을 것인가?








러블리




계산대 남자가 투덜거린다.
나를 상대하는 게 싫은 거다. 나도 안다.
..나는 그릇을 이마까지 들어 올린다.
감사를 드리는 거다.
내 삶은 그렇게 나아간다.
눈에 얼마간의 모욕을 담고
입에 얼마간의 단것을 넣으며.



이 소설 속 가장 강렬한 캐릭터는 여주인공의 조력자처럼 보이는 러블리이다. 러블리는 트랜스젠더이지만 아직 성전환수술은 하지 않았다. 인도 문화를 잘 몰라 알 수 없지만, 인도에는 이런 트랜스젠더들이 전통 복장을 입고 춤을 추며 결혼식이나 아이가 태어났을 때 사람들을 축복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명예로운 일은 절대 아니다. 인도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하층민이나 벌레처럼 취급한다. 그녀는 영화배우를 꿈꾸지만 사람들은 코웃음친다. 그녀에게 매일매일은 힘겹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도왔던 여주인공의 위기를 목격하고 그녀를 위해 증언대에 선다.




그리고 이 사건은

그녀의 운명을 바꿔놓게 된다.







체육 선생




이제 그는 안다.
예전부터 그녀가 뭔가 잘못돼 있었음을.
그렇지 않았다면 자신을 아끼던
교사에게 말도 없이,
감사의 말도 없이
학교를 떠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편 체육선생은 이 소설에서 가장 얄미운 캐릭터로 등장한다. 그는 정치 따위는 전혀 모르던 평범한 체육 선생이었다. 하지만 그는 우연한 기회에 정치판에 뛰어들게 되고, 기회를 잡음으로서  정치인이 된다는 게 어떤 건지 보여주는 극단적 인물로 등장한다.



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정치적 야망을 갖게 된다. 처음엔 소박했지만  점점 더 당을 위해 거짓말을 늘어놓게 되고, 나중엔 주인공이 유죄라고 믿게 되기도 한다. 특히 체육 선생의 모습을 통해서 현대 인도 정치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알아볼 수 있는데, 힌두교적이고, 포퓰리즘적이며 소수를 억압하는 정치 형태인 것이다.








지반



"우리 집이 철거되지 않았더라면 말이에요.
그렇지 않아요?
만일 아버지가 허리를 다치지 않았더라면,
만일 어머니가 작은 사업을 하다가
폭행 당하지 않았더라면,
만일 내가 학교를 마칠 수 있었더라면 말이에요."



마지막으로 아아. 우리 불쌍한 여주인공 지반. 지반은 소설 내내 감옥에 갇혀있는다. 그녀는 종교적 편견의 피해자이자, 가난하고 홀대받은 자로 등장한다.



읽는 내내 안타깝다. 주인공 지반을 응원해보지만, 한 번 대중과 언론이 테러리스트라고 낙인찍어버린 이상 그 혐의를 벗기 힘들다. 그녀의 사소한 이야기들과 행동도 모두 테러리스트의 증거가 된다.



그래도 그녀를 도와주는 신문사 기자와 국선 변호사가 있었는데, 그들은 과연 그녀의 혐의를 벗게 해줄 수 있을까? 이 소설의 핵심 포인트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편견, 계급, 부패, 군중.



대중의 편견이 심해지면 선량한 사람도 이윽고 범죄자가 되고 만다. 마치 우리 사회에도 있을 법한 <콜카타의 세 사람>은 이런 세상 속에서 당신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질문하는 것만 같다.



진실이 먼저인가?

편견과 정치,

혹은 자신의 이익이 먼저인가?



언제나 종종 후자가 승리하곤 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전자가 승리하기를 바라볼 뿐이다.




**이 책은 북하우스출판사에서 협찬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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