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을 읽고
거실을 치우자 자정에 가까워져 있었다. 그대로 자고 싶었다. 하지만 흰 종이 앞에 앉아야 했다. 쓸 수 있든 아니든,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단 1초만이라도 흰 종이 앞에 앉고 싶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는다면 나는 이대로 죽어버릴 것 같았다.
쓰고 싶지만 써지지 않았다. 마음처럼 되지 않는 글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나의 전공이, 마흔살이라는 중압감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조카들에게 꼼짝없이 손발이 묶인 나의 현실이, 내가 자처한 족쇄에 엉켜 탈출할 수도 없는 이 집이, 나에게는 육중한 관처럼 느껴졌다.
"한 번이라도 좋으니 제발 내 마음대로 살아봤으면 좋겠네."
"누가 살지 말래?" 나는 엄마를 쳐다봤다.
내가 아무것도 못 하고 아무 데도 못 가는 건 결국 식구들 때문이었다.
"당신의 감정보다 동생분 살길이 더 중요한 거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의 행복보다 가족이 더 중요하고요?" 나는 또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짐을 나눠 짊어지는 것도 싫고요?" 끄덕끄덕.
지금은 잠시만이라도 나는 나로 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