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독서 유형은?

그랜트 스나이더의 <책 좀 빌려줄래?> 리뷰

by 여르미

이건 정말이지. 재미없으려야 없을 수 없는 조합이다. 책덕후 이야기와 만화의 결합이라니! 세상에나. 이런 만화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그저 고맙기만 하다. 정말이지 기립 박수를 치며 읽었다. 별점 10개인 영화보다 더 깊은 감동이 밀려왔다. 읽고, 또 읽고, 계속해서 읽었다. 이런 책 사랑 만화라니. 만세!



사실 요즘 세상에 책덕후라는 것은 거의 화석과 같은 존재다. 보기 드물다. 책 판매량은 곤두박질치고, 책의 영향력은 유튜브나 인스타에 쭉쭉 밀려났다. 쪼그라들었다. 사실 난 내가 책덕후라는 사실을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끔 우리 집에 놀러 온 사람들은 내 서재를 보고 놀란다.


"책이.. 왜 이리 많아!

설마 다 읽은 거야?"


그들은 나를 의혹의 눈초리로, 조금은 정신이 나간 게 아닌가 하는 눈빛으로 바라본다.


요즘 세상에 책을 읽다니!




그래서 책덕후들은 외롭다. 사실 내가 브런치를 하는 것도 외로워서이다. 책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 집에 있는 남의편씨는 난독증이 있다고 주장하는 책 공포증 환자다. 그가 십 년간 읽은 책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나마 읽은 것도 주식 책. 문학이나 인문학 책은 쳐다도 안 본다. 그래서 내가 주문한 책이 배달되면, 그는 의혹의 눈초리로 쳐다본다.


"아니.. 또...!!"


그럼 나는 황급히 변명한다.


"아.. 아냐!

이번 달에는 5권 밖에 안 샀다고!"




독서 유형



이런 책덕후들을 위한 책. <책 좀 빌려줄래?>를 읽다가 공감 가는 부분은 재미로 나도 만화를 만들어 보았다. 먼저 '독서가의 유형'이다. 독서가들은 저마다 특징이 있다. 내 생각에 한국 책덕후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중독형 : 책을 술처럼 마시는 사람

리뷰형 : 책 읽기만큼 리뷰 남기고

수다 떠는 걸 좋아하는 사람

(넓게 보면 온라인 독서모임도 포함)


굿즈형 : 책보다 굿즈를 더 좋아하는 사람


종교형 : 책을 맹신하는 사람







뷔페형 : 이것저것 맛보기를 좋아하는 사람


갈팡질팡형 : 뭐 읽을지 항상 고민하는 사람


전작주의형 : 한 작가의 책은 모두 다 사는 사람


편식형 : 한 가지 장르의 책만 읽는 사람





내 책장의 책들



책덕후 하면 '책장'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모든 책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몇몇 책들은 어떤 특징을 가진다. 참고로 나의 책장에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담겨 있다.






다시 볼 책 : 책장 중 몇 칸은 '명예의 전당'이다.

이 책들은 다시 보려고 '노력'한다. (언제?)


전작 모으기 도전 : 무라카미 하루키, 알랭 드 보통,

밀란 쿤데라는 거의 다 모았다.


못 읽은 책 : 못 읽은 책이 무척 많지만

<헤겔>은 철학 책 천 페이지라 엄두가 안 난다.

(가격도 5만원...;; 5년째 방치 중)


행방불명 된 책 : 몇 달째 수배 중이다.

<보르헤스의 말> 어디로 갔니! ㅠㅠ





이전 취미의 흔적 : 몇 년 전 베이킹에 빠졌다.

그래서 베이킹 책이 20권쯤 된다.

(빵은 구워야지 읽는 게 아니라;;)


선물로 준 책 : 연애할 때 남편에게 준 책

<달의 궁전>이 이젠 내 책이 되었다.


3번 산 책 : 나는 잘 까먹는다.

그래서 있는 줄 모르고 또 산 책이 꽤 많다.


빌려온 책 : 이제는 더 이상 책을 둘 곳이 없다.

그래서 빌리거나 e 북을 본다.





아. 정말 만나보고 싶은 작가다. 나는 글 잘 쓰는 작가들보다 이렇게 책을 사랑하는 작가를 더 만나보고 싶다. 그것도 이렇게 유머가 넘치기까지 하다니. 뭔가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이런 책을 써줘서

정말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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