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왜 청첩장 안 줘?

<일의 기쁨과 슬픔>을 읽고

by 여르미
이걸 왜 나한테 줘?


사회생활하다 보면 참 난감할 때가

'별로 안 친한 사람들의 청첩장'

아닐까 싶다.

음.. 나 이 사람한테 이럴 만큼 친했던가?

이걸 왜 나에게???



하지만 여기,

더 당황스러운 경우가 있다.

그것은 바로...



난 왜 청첩장 안 줘?


아...네...;;;

이런 사람들이 있다.

아주 '특별하게 눈치가 없는'

그런 사람들.

왜 청첩장을 안 줬는지 이유를

말하지 않아도 알아야 할 텐데.

눈치 없이,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꼭 있다.







잘 살겠습니다


- 소설 속 첫 번째 단편 -



이 단편의 주인공은 사내 커플이다.

결혼을 곧 앞두고

청첩장 돌리기에 바쁘다.

사실, 한국의 '청첩장 문화'

왜 그런가 싶을 정도로 요란스럽다.

굳이 많은 하객을 초대해야 할까. 부터

하객이 거의 안 오면 어쩌지?? 하는 공포까지.



요즘 스몰 웨딩이나 가족만 불러서도 한다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한국 사회의 '결혼'은 '돈'이 얽혀있어

쉽지 않다.



준 만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결혼식을 며칠 앞두고

3년 만에 입사동기에게

"야. 난 왜 청첩장을 안 줘~??"

라는 말을 듣는다.

(왜 안 주긴. 안 친해서 그렇지)



주인공의 청첩장 돌리는 기준은

'나중에 이 사람이 결혼했을 때

나도 결혼식에 갈 것인가?'였고,

당연히 친하지 않은 입사동기 결혼식은

갈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주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 눈치 없는 입사동기는

'우리 사이, 따로 봐야지~'

하며 단 둘이 밥 먹으며 청첩장을 달라고 요구한다.

(이런.. 황당할 데가..;;)







사실, 나도 결혼해




"사실, 나도 결혼하거든."

(그러면 그렇지...!!)

입사동기가 집요하게 만나자고 한 이유는

이것 때문이었다.

나도 결혼하니까 내 결혼식 와.라는 말.

어색한 식사를 마치고 청첩장을 전달한 주인공.




그런데 어랍쇼??

결혼식에 그 입사동기는 오지 않았다.

(이런 민폐가...;;;)







남은 돈은 12000원




"미안. 결혼식 까먹었어"

입사동기는 결혼식을 까먹었다고 하며

주인공에게 밥을 사준다고 한다.

너무너무 싫었지만 어쩔 수 없이

그녀는 함께 밥을 먹는다.



그리고 두 달쯤 지나 주인공은

자신의 자리 한 구석에서

'그 입사 동기의 청첩장'을 발견한다.



세상에나. 자신은 밥사달라며

만나자고 해놓고서, 그 입사동기는

자신의 청첩장은 얼굴도 안 보고

자리에 휙 던져놓고 간 것이었다;;;



주인공은 머리 끝까지 화가 나면서도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주인공은 계산기를 두들겼다.





그래. 딱 12000원만큼의

선물을 사서 줘야겠다!

주인공은 그렇게 생각한다.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세상은 이렇게 돌아가는 거라고.

오 만원을 내면 오 만원을 돌려받고

만 이천 원을 내면 만 이천 원짜리

축하를 받는 거라고.




월세가 싼 방은 다 이유가 있고

칠억짜리 아파트를 시부모님에게 받았다면

칠억 원어치의 김장, 설거지,

전 부치기, 그 밖의 종종거림을

평생 갖다 바쳐야 한다는 거.




세상에 공짜가 어딨냐.

여기는 원래 그런 곳이다.

흥!



이 소설을 통해 장류진 작가는 말한다.

이 세게는 정확히 움직여.

플러스 마이너스가 깔끔하지.

이게 바로 자본주의 세상이야.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진짜 모습이지.








첫 번째 단편 소설인 <잘살겠습니다>

시작부터 이 소설집이 어떤 것인지

확실하게 보여준다.



일상적이다.

세상에 대한 큰 기대도,

품고 있는 큰 야망도 없다.

그냥 플러스 마이너스 계산만이라도

제대로 되었으면 좋겠다.



행복은 뭐 바라지도 않아.

불행하지만 않았으면 좋겠어.

이런 마음 말이다.



이러한 마음은 다른 단편들에서도 쭉 이어진다.

예를 들면 말 안 듣는 도우미 아줌마

어떻게 할 것인가 문제,

맞춰주기 힘든 갑질 상사와 트러블,

정말 일상의 기쁨과 슬픔을

시트콤처럼 딱딱 알맞게 그려낸다.



그것도 서걱거리는 '웃픈' 시트콤이다.




한편으론, 참신한 소재도 등장한다.

여행까지 가서 퇴짜 맞은

한 남자의 이야기,

인기몰이에 실패한 유튜버 이야기,

또한 오피스x으로 오해받는 이야기 등

'여성 작가'로서는 흔치 않은 이야기를

쓱쓱 잘 그려내는데.

생각보다 수위 높은 묘사들을

깔끔하게 잘 써내서 깜짝 놀랐다. ㅎㅎ




우리는 늘 고군분투한다.


그건 딱히 부자가 되고 싶어서,

성공하고 싶어서 달리는 게 아니라

그냥 현실이라 달리는 것이다.

이런 일상의 우리는 아주 슬픈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기쁘지도 않다.


그냥 그렇다는 거다.




오늘도 일의 기쁨과 슬픔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하며 달리고 있는

그런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이건, 우리 이야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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