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를 읽고
이 단편집을 쓴 최은영 작가는
사실 등단하자마자 온갖 칭찬 세례를 받았다.
"최은영은 그게 무슨 탐구든
반드시 근사한 이야기로 들려준다."
-소설가 김연수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들처럼
‘진실하다’라는 느낌을 준다.”
-문학평론가 신형철
팟캐스트 빨간책방 등
여러 곳에서 소개된 이 단편집은
라는 찬사를 듣는다.
순수하면서도 맑은 그녀의
이야기에 다들 매료된 것이리라.
몰두해서 글을 쓸 때만
나는 치유되었다.
이 시간은 나를 살아 있는 사람으로
살게 했다.
왠지 읽고 나면 긍정적인 이야기는 아니지만
아마도 그건 치유의 힘을 담아
작가가 글을 써 내려갔기 때문이리라.
<쇼코의 미소>는 총 7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중 대표작인 <쇼코의 미소>를
소개해 본다.
언젠가는 바다를 떠나서,
빌딩밖에 없는
도시에 가 살 거야.
쇼코와 주인공은 고등학생 때 처음 만난다.
쇼코가 그녀의 학교에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오게 된 것.
점점 서로를 알아가게 된다.
둘은 비슷한 구석이 많았다.
둘 다 모두 아버지 없이 엄마, 할아버지와
작은 시골마을에 살았다.
이런 '특별함'은 그들을 더욱
친해지게 만들어 주었다.
중심에서 밀려나고 사람들에게서도 밀려나,
외톨이끼리 만나서 마음을 적시는 기분.
쇼코는 늘 언젠가는.이라 말했다.
언젠가는 도시로 나갈 거고,
언젠가는 한국을 여행할 거고.
"할아버지는 나의 종교이고,
하나뿐인 세계야.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죽어버리고 싶어."
주인공은 일어는 전혀 못했고
영어는 떠듬떠듬할 줄 알았다.
영어가 서툰 건 쇼코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쇼코는 일어를 꽤 잘하는
둘은 '손녀의 친구' 사이가 아니라
'그냥 친구'가 되며 나중에 계속
편지도 주고받는 사이로 발전한다.
한편 쇼코는 일본에서
고모와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하지만 묘하게도, 쇼코는
할아버지는 그녀를 아껴주었지만,
쇼코는 항상 그로부터 달아나버리고 싶었다.
자신을 마치 여자친구처럼 생각하는 게
소름 끼친다면서.
가족은 언제나 가장
낯선 사람들 같았다.
어쩌면 쇼코는 나의 할아버지에 대해
나보다 더 많이 알았을지도 모른다.
교환학생이 끝난 뒤, 쇼코와 주인공,
그리고 쇼코와 할아버지는
그녀의 편지는 공평했다.
그녀는 언제나 할아버지와 주인공에게
같은 날, 같은 분량의 편지를 보냈다.
자신의 할아버지와 친하지 않았던 주인공에게
쇼코의 편지는 거의 유일한
둘 사이의 공통점이자 이야기 거리였다.
하지만 고교시절이 끝나던 날,
'도쿄로 갈 수 없게 되었어'
'한국에 놀러 갈 수 없게 되었어'
그렇게 쇼코는 연락이 끊어지게 되고
나는 서울의 한 대학에서
어떤 연애는 우정 같고,
어떤 우정은 연애 같다.
쇼코를 생각하면 그 애가
나를 더 이상 좋아하지 않을까 봐
두려웠었다.
주인공은 대학교 사학년 여름,
알고 보니 쇼코는 우울증을 앓고 있어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그녀는 마치 죽은 물고기 같았다.
그러면서 자신의 할아버지에게
라고 이야기한다.
주인공은 그 말을 듣자마자
마치 자신의 할아버지가 모욕당한 것 같아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쇼코, 그리고 주인공은
나에게도 외국인 친구는 아니지만
아주 친했던 친구가 있었다.
하지만 사소한 이유로 싸우게 되었고
고등학교 졸업 이후 우리는
더 이상 친해지지 못했다.
아마 내 친구는 그 당시
하지만 그녀는 쇼코처럼 잘 웃어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는 자주 자해를 했다며
빨갛게 울퉁불퉁한 손목을 보여주었고
서울로 대학을 가고 싶어 했다.
나 또한 아버지가 지긋지긋했기에
우리는 그런 공통점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자해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냥 광주에 남았고
나는 서울로 대학을 갔다.
우리의 마음은 서로 멀어졌지만,
그 후 20년간 몇 번 만나기는 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시절의 우정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그녀를 만날 때마다 사실
마음이 불편했다.
쇼코와 주인공처럼,
나는 어쩌면 그녀가 더 이상
나를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
어떤 연애는 우정 같고,
어떤 우정은 연애 같다.
그리고, 내가 좋아했고 만나고 싶던 사람은
사실 고등학교 당시의 그 친구였다.
지금의 성인이 된 그 친구는 아닌 것이다.
작가가 될 거라는 확신은
전혀 없었어요.
공모전 예심조차 안됐고
이미 어린 나이도 아니어서
하다가 안 되면 관둬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이렇게나 멋진 소설을 써낸 최은영 작가는
<쇼코의 미소>를 쓸 무렵
사실 무척 힘들었다고 한다.
하고 자신을 계속 다독이며 소설을 써냈다.
그래서인지 주인공의 삶에는
방황하는 청춘의 모습이 진하게 담겨있다.
오랜만에 용기를 내어
그 친구에게 연락을 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아직도 헷갈린다.
연락을 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추억으로 간직하는 게 좋을까.
쇼코의 미소를 떠올리며
그렇게 예의 바르게 웃을 줄 알았던
내 친구를 떠올린다.
+가장 좋았던 단편은
<먼 곳에서 온 노래> 였다.
이 단편 또한 대학시절 친했던 선배를
러시아에서 찾아 나서는
연애에 가까운 우정을 다룬다.
+가장 슬펐던 단편은
<비밀> 이었다.
죽음을 앞둔 할머니가
손녀를 추억하는 내용을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