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를 읽고

by 여르미

정신질환은 본인도 힘들지만,

무엇보다 가족이 가장 고통스러울 것이다.



아픈 아이를 지켜보는 것.

그런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



그것도 서서히 세상과 단절되어가는

조현병을 앓고 있는 자녀가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씩이나 있다면?




저자의 두 아들은 조현병 환자다. 그리고 특히 둘째 아들은, 결국 자살하고 만다. 이 책은 이런 자신의 이야기와 조현병, 즉 광기의 역사와 미래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처음에 이런 책을 쓰고 싶진 않았다고 한다. 너무나 상처투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점 미국 내에서 정신질환자들이 잔혹한 환경에 처해있게 되자 용기를 내어 이 책을 썼다. 이들을 다른 정상인들과 동일하게 대해주기를 바라면서.







광기의 역사




광기는 인류 초기부터 쭉 있어왔다. 조상들은 정신이상을 악령에 사로잡힌 것으로 묘사했다. 늑대 인간, 흡혈귀, 마녀. 우리가 흔히 들었던 이 이름들은 모두 미쳐버린 사람들을 비유한 말이다. 이런 식으로 인류는 미친 사람들을 두려워하고 혐오해왔다.




하지만 좀 더 과거로 올라가, <성경>을 한 번 살펴보자. 저자에 따르면, 성서에는 '정신질환자' 같아 보이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말하는 이 없이 목소리만 들려오는 예언, 환한 빛, 갈라지는 바다, 이 모든 것들은 신의 증거들로 제시된다. 모세는 신의 목소리를 듣고 미디안의 산으로 갔다가 십계명을 들고 돌아온다. 하지만 오늘날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그는 정신병원에 수용되고 틀림없이

항정신병 약을 처방받을 것이다.




과거 정신질환자들은 지하실에, 수용소에 감금됐다. 매를 맞고 화형대에서 죽었다. 근대에 들어선 수십 년 동안 쇠사슬에 묶인 채 '정신병원'에 감금당하고, 구경거리로 전시되었다. 새로운 치료법이라는 변명하에 잔혹한 학대가 이어졌다. 이러면서 20세기가 시작되었고,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조현병이란?



이 병은 알려진 것이 너무 적다. 이해할 수 없고 치료는 거의 불가능하다. 한편 유전적 이상이 있다고 해도 환경의 자극, 즉 스트레스가 심하지 않으면 조현 병이 발병할 가능성은 아주 적다. 하지만 이러한 스트레스가 코르티솔을 과잉공급해 뇌에 해를 입히면, 조현병 발병이 시작된다고 한다.




조현 병 환자에게 가장 잔인한 것은, 바로 '질병인식불능증'이다. 이는 자신이 병에 걸린지 모르는 걸 말한다. 즉, 자신은 정상이라 생각하는데 자꾸 주변에서 '넌 미쳤어" 라고 말하는 것이다. 보통 조현 병 환자 중 50%는 이렇게 생각한다고 한다. 이 증상 때문에 저자의 둘째 아들은 자살했다. 자신이 정상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정신병 약을 몰래 끊어버렸던 것이다.







조현병과 창조성




예술가들은 정신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다. 베토벤, 헤밍웨이, 반 고흐 등 끝도 없다. 저자의 둘째 아들 역시 기타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다. 그렇다면 예술적 재능으로 인해 이들이 정신질환을 갖게 된 것일까, 아니면 정신질환자이기 때문에 예술적 재능이 생긴 것일까?



창조성과 정신질환 사이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




저자는 고든 클래리지라는 심리학 교수의 말을 가져온다. 그에 따르면, "모든 사람들은 조현병의 잠재성을 갖고 태어난다" 즉, 정상인과 정신병 환자 사이에 커다란 경계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스펙트럼으로 연결되며, 조현 병은 창조성이 극대화된 정신일지도 모른다. '제정신'인 행동과 '미친' 행동을 구분하는 명확한 선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현병은, 인류가 진화하는 과정에서도 계속 살아 을지 모른다. 즉, 쓸모가 있다는 것이다. 조현 병 유전자가 계속 유전되는 것은 "창조성과 유전적으로 함께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학자들도 있다. 창의적 사고와 조현병은 닮은 구석이 많다. 비범하고, 인지적으로 유연하며, 발산적 사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두 아이




이 책은 저자의 이야기가 많이 들어가있다. 읽다 보면 너무 슬퍼지고 막막해진다. 그는 첫째 아들이 행방불명 되었을 때, 수색 중인 경찰의 전화를 기다리며 이렇게 생각한다.




"전화기가 울리지 않은 채로 한 시간 정도 흐르자, 내 마음속에서는 아들이 우리를 떠났다는 확신이 점점 강해졌다. 나는 멍해져서, 두 아들을 모두 자살로 보내고 계속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일일지 생각했다. ..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낙천적인 생각은, 어차피 나나 아내나 둘 다 그리 오래 살지는 않으리라는 것이었다."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의 아이가 미쳐가는 것을 바라보는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 거기다가 이 병은, 태어나면서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어렸을 때는 너무나 정상이다가, 사춘기 이후부터 뇌에 이상이 생겨 서서히 환상을 보기 시작하는 것이다. 점점 대화가 불가능해지고, 행동을 통제할 수 없어 경찰을 불러야 하고. 그러다 사고로 결국 목숨을 잃기도 하는. 정말 암담한 병이다.




저자의 두 가족



매년 미국인 3만 8천 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그런데 그중 약 90퍼센트가 정신질환 때문이라고 한다. 이들은 건강한 사람보다 평균 23년 정도 일찍 죽는다. 그들은 폭력의 희생자로 죽고, 자살로 죽고, 다른 병으로, 방치되어 죽는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정신질환자들을 보살펴 주자.

그들 또한 '쓸모 있는 존재'인 것이다.

그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한다.




그들을 도와주자. 우리는 도움을 줌으로써, 더 나은 삶, 더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다. 자신에게 맞는 약을 잘 복용한다면, 그들은 위험하지 않다. 우리의 소중한 이웃이다.




내가 사는 곳은 시골이라 그런지 가끔 정신질환자들을 본다. 엊그제 간 은행에선, 발로 쿵쿵 때리며 대기실을 산만하게 돌아다니는 20대 청년을 만났다. 그의 어머니는 고단한 표정으로 대출 업무를 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을 용기 내어 바라본다. 순수한 표정은 '나는 너를 해치진 않아'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그들도, 나와 다르지 않음을. 이 거친 우주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동반자임을 생각해 본다.




그리고 가끔은... 오히려 이런 정신병 환자들 보다, 세상엔 다른 의미로 미쳐있는 사람이 많음을. 돈과 권력에 눈이 멀고, 아이를 잔혹하게 학대하며, 세상의 모든 슬픔에 눈 감아 버리는 사람들이 더 미쳐있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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