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집>을 읽고
특히 일본의 장인 이야기가 나오면
정말 미칠 것 같이 빠져드는데,
뭐랄까. 일본 장인들은 오타쿠같은 기질이 있다.
이것 아니면 안돼! 하는 신적인 경지,
정말 흠뻑 빠진 지독한 경지에
이른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특히, 요리에서 말이다.
한 잔의 커피에 자기 인생을 바친
두 명의 장인들.
한 명은 자신의 미각에 의존해서,
또 한 명은 과학적인 차원에서
커피를 연구했다.
이 둘이 들려주는 커피와 커피집 이야기는
커피장인, 커피의 신 경지에 이른 이들만이
할 수 있는 삶의 철학이 가득하다.
<커피집>은 커피 전문가들의 책 답게,
맛있는 커피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모리미츠씨는 강배전을 선호한다. 그는 강배전을 숫자 7.0 으로 표현한다. 산미가 사라져 거의 제로에 가까운 부분, 단맛이 얼굴을 내미는 부근의 배전이다. 커피는 어찌됐건 카페인의 쓴맛이 도드라진다. 품격과 품위가 느껴지는 그 강렬한 쓴 맛.
따라서 맛있는 커피를 만들려면 이 쓴 맛을, 만드는 사람이 어떤 감각으로 어떻게 표현할지가 관건이다.
다이보씨 역시 강배전을 선호한다. 그가 쓴맛이 강한 강배전을 고집하는 이유는, 거기까지 강하게 볶지 않으면 만들어낼 수 없는 단맛이 있기 떄문이다. 그가 추구하는 것은 단맛이 쓴맛을 이기는, '쓰지만 단 커피'이다.
그래서 쓴맛을 조금이라도 부드럽고 기분 좋게 느끼도록 물 온도를 낮추고, 굵게 갈아서 한 방울 한 방울 시간을 들여 천천히 추출하다. 그렇게 단맛이 많이 느껴지는 쓴 커피가 탄생한다.
만드는 사람마다 추구하는게 다르고
마시는 사람의 취향도 제각각이다.
또한 마시는 사람의 마음상태에 따라서도
커피는 다른 얼굴을 내밀기도 한다.
결국 우리가 커피가 맛있다고 느끼는 것은,
그 한 모금 다음에 이어지는
깊은 여운 때문일 것이다.
이걸로 커피의 맛을 판가름해도 좋다.
그 여운을 가진다는 것.
음악으로 말하면 그것은 하모니가 되고,
회화에서는 조화가 된다.
이 두 커피장인은 융드립의 장인이다.
이 융드립은 일본에서 독특한 커피문화를 형성해,
킷사텐 문화를 만들었다.
미국 블루보틀 커피는 특히 이 킷사텐 문화에서 영감을 얻어 매장을 기획하는 데 활용했으며, 그 중에서도 다이보씨의 커피점에서 체험한 '한 잔 드립'의 융드립 커피에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창업자 제임스 프리먼씨의 다큐 <A Film about coffee>에 다이보 씨의 추출 장면이 나온다고 한다!)
또한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다이보씨 가게의 단골손님으로 잘 알려져 있다.
융드립은 종이 필터가 아니라
천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을 말한다.
다이보씨는 커피를 내리면 내릴수록
'융드립이 아니면 안되는지' 더욱 명확해졌다고 한다.
다이보씨에게 커피집은 페르소나를 벗는 곳이다. 그는 페르소나를 두터운 갑옷으로 표현한다. 지친 일상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썼던, 두터운 갑옷을 벗고 솔직한 나를 만나는 시간. 그곳이 바로 커피집이다.
모리미츠씨도 마찬가지다. 그에게 커피숍이란 '장소'다. 본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는 장소.
무언가 꾸준히 한다는 것은 어렵다.
그 꾸준히 매일매일 실력을
향상시켜나가는 것.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장인이라 부른다.
모리미츠씨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그 안에서 무언가를 찾게 마련이라고 말한다.
커피를 만드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간다. 손도 간다. 매일매일 반복함으로써 커피는 나날이 완성된다. 매일 테이스팅을 하면, 여기를 조금 더 깎아야겠다는 과제가 생긴다. 그러면 내일은 그 맛을 위해 무얼 할지 고민하고, 그 일을 또 매일 반복할 뿐이다. 이상적인 어떤 맛이 있어서, 그것을 목표로 하는 건 아니다. 매일 테이스팅을 하며 수정하고, 어떻게 수정할 수 있을지 모색해갈 뿐이다.
모리미츠씨에 따르면 다이보씨 커피는 어른스럽다. 미세한 떫은 맛이 남아있지만 양질의 떫은 맛이다. 다이보씨는 진하지만 가벼운 맛, 진하지만 둥글둥글한 맛으로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항상 있다고 한다. 후욱 올라와서 스윽 사라지는 듯한.
다이보씨가 말하는 모리미츠씨의 커피는 떫은맛뿐 아니라 산미가 특별하다. 풍부한 산미를 남긴다. 그 산미의 표정은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진다고 한다. 차분한 느낌일 때도 있고, 튀고 싶어 안달난 느낌일 때도 있다. 모리미츠씨는 누구나 맛있게 마시는 일반적인 커피를 목표로 한다고 한다.
이들은 '길'을 추구한다.
그러면서 그 사람의 삶의 방식까지 변할 만큼
커피에 열정을 기울인다.
한 잔의 커피에도 한 잔의 차에도,
신과 자연을 느끼는 마음으로 만드는 사람이 있고,
그것을 마시는 동안 좋은 기운을 느끼며
감상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